[경제카페]백화점 100평 패션매장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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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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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코데즈컴바인 “해외 SPA에 맞서자” 현대百에 개설

자기상표부착방식(SPA)을 앞세운 글로벌 패션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공습이 뜨겁습니다. 스웨덴 SPA 브랜드인 ‘H&M’은 27일 서울 중구 명동에 국내 첫 매장을 엽니다. 4개 층에 2600m²(약 788평) 규모로 으리으리합니다. 카를 라거펠트, 소니아 리키엘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면서 구축한 뛰어난 스타일에다 스페인 ‘자라’보다 낮은 가격대로 국내에서도 돌풍이 예상됩니다.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어떤가요. 한국 진출 첫해인 2005년 300억 원이었던 유니클로의 한국 내 매출은 지난해 1800억 원으로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유니클로의 2020년 글로벌 매출 목표는 무려 5조 엔(현재 기준 약 65조 원). 지금까지 1억 벌을 판, ‘세기의 히트상품’인 ‘히트텍’(보온성 내의)에 이어 이달 초엔 ‘UJ’(유니클로 진)란 저가 청바지도 야심 차게 내놓았습니다. 매달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일 이 청바지는 2만9900∼4만9900원입니다.

H&M을 비롯한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국내 패션·유통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신촌점의 영 패션관인 ‘유플렉스’에 국내 패션 브랜드 ‘코데즈 컴바인’ 매장을 330m²(약 100평) 규모로 열었습니다. ‘한국형 SPA’를 표방하는 브랜드로, 국내 백화점에 이처럼 대형 매장을 열기는 처음입니다. 이 노른자 상권은 H&M이 입점하기 위해 현대백화점과 협상하다 결렬됐던 곳이기도 합니다.

경청호 현대백화점 부회장은 말했습니다. “H&M이 내건 입점 조건이 해외 명품만큼이나 까다로웠어요.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고압적 자세를 대하면서 ‘이러다가 국내 브랜드는 모조리 고사(枯死)하겠구나’란 위기감을 느꼈지요. 국내 유통업계가 나서서 장기적으로 국내 브랜드를 키워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코데즈 컴바인의 성공 가능성을 보고 입점 수수료를 깎아줬을 뿐 아니라 최근 국내 브랜드 중장기 육성 후보군을 정해 메가 숍을 낼 브랜드를 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매장 임대업자’란 비난을 사던 백화점의 이 ‘갸륵한’ 시도를 보면서 국내 패션 브랜드들도 스스로를 돌아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말로만 SPA 브랜드는 아니었는지, 실패가 두려워 무작정 베끼지 않았는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원가를 줄여 소비자가 꼭 입고 싶은 옷을 만들어왔는지….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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