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前회장 “싸우면 경제도약 절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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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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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창업자 故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
범삼성家 관계자 등 각계 인사 500여명 참석
삼성, 호암상 상금 늘리고 ‘삼성역사관’ 조성
李 前회장 “회사가 약해지면 경영 도와야죠”

손잡은 이건희 남매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가운데)이 5일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탄생 100주년 기념식을 마친 뒤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손을 잡고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 기념식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 왼쪽은 부인 홍라희 여사. 사진공동취재단
손잡은 이건희 남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가운데)이 5일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탄생 100주년 기념식을 마친 뒤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손을 잡고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 기념식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 왼쪽은 부인 홍라희 여사. 사진공동취재단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5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렸다. 기념식에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등 유족과 삼성, CJ, 신세계, 한솔그룹 등 범(汎)삼성계 기업 관계자, 정관계 인사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삼성그룹은 올해부터 호암상 각 부문의 상금을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늘리고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을 2012년까지 ‘삼성 역사관’(가칭)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 호암의 경영철학 재조명

삼성그룹은 이날 호암의 경영철학을 사업보국(事業報國) 인재제일(人材第一) 문예지향(文藝之香) 백년일가(百年一家) 미래경영(未來經營) 등 5개 주제로 나눠 재조명했다.

‘사업보국, 호암을 만나다’ 순서에서는 호암이 한국이 필요한 사업에 진출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점을 영상으로 소개했다. 이현재 호암재단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인재제일과 사업보국을 축으로 하는 호암의 경영철학은 그 이념과 실천적 성격을 봤을 때 우리 사회의 기업경영 철학으로서 영구한 생명을 지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축사에서 호암의 인재육성론을 언급하며 “도전과 창의, 근면과 성실을 갖춘 인재들을 부단히 길러내는 것이 우리 기업과 사회의 나아갈 길”이라고 말했다.

생전의 호암과 이건희 前회장호암(왼쪽)은 평소 서예를 즐겼다. 1985년 자신의 집무실에서 붓글씨를 쓰던 호암이 아들 이건희 당시 삼성물산 부회장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삼성그룹
생전의 호암과 이건희 前회장
호암(왼쪽)은 평소 서예를 즐겼다. 1985년 자신의 집무실에서 붓글씨를 쓰던 호암이 아들 이건희 당시 삼성물산 부회장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삼성그룹
‘인재제일, 사람을 말하다’ 순서에서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손상모 전 삼성종합건설 사장, 야마자키 가쓰히코(山崎勝彦) 전 니혼게이자이신문 한국 특파원이 평소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호암을 회고하는 영상이 소개됐다.

예술 애호가로서의 호암을 조명한 ‘문예지향, 향기를 느끼다’ 순서에서는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가야금곡인 ‘침향무’를 연주했다. ‘백년일가, 마음에 새기다’ 순서에선 유가족을 대표해 이건희 전 회장이 인사말을 했다. 그는 “선친께서 우리 사회가 기억하는 큰 이정표를 남긴 것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과 사회 각계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다가올 100년이 번영의 세기가 되도록 우리 경제와 사회 발전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선친의 유지를 변함없이 지켜나갈 수 있도록 따뜻한 애정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경영 복귀는 “아직 생각 중”

한편 이 전 회장은 이날 기념식장에 들어가면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는 화두를 던졌다. 이 전 회장은 ‘호암의 경영철학 가운데 지금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거짓말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전부 투자하고 전부 열심히 일해야 한다. 싸우면 절대 안 된다”고 답했다.

이 전 회장은 계열사별 독립경영 체제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예전의 전략기획실 기능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계열사마다 전략기획실 역할을 하면 된다. 계열사별로 컨트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한 것이다.

경영 복귀 가능성에 대해 이 전 회장은 “아직 생각 중”이라고 밝혔으나 복귀 시기를 묻는 질문엔 “회사가 약해지면 해야죠. 참여하는 게 아니고 도와줘야죠”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삼성이 강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은 괜찮다”고 답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전 회장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10, 11일 열리는 IOC 총회 참석을 위해 다음 주 초 출국할 예정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전영한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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