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승격된 中企, 기쁘긴 커녕 왜 걱정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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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수출지원 혜택만 256개

공구 제작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A사의 사장은 지난해부터 ‘대기업’으로 신분이 바뀐 게 반갑지 않다. 그만큼 회사가 성장했다는 증거이고, 직원들 사기를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실제 회사를 운영하면서 도움이 됐던 혜택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대상 국책 연구개발(R&D) 지원금을 받아왔던 이 회사는 이제 R&D 자금을 모두 자체 조달해야 할 처지다. A사는 이로 인해 연간 5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중소기업 시절에는 R&D에 필요한 자금 중 상당액을 국가에서 받아 회사 돈으로는 기술을 시험하는 장비만 샀지만 이제는 비용 전액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거래처에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고가 장비가 없다’는 얘기도 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말을 하면 ‘회사가 어렵냐’는 의심만 받는다”고 말했다.

상당수 중견기업 경영자들은 중소기업 시절이 차라리 좋았다고 털어놓는다. 중소기업 아니면 대기업으로 분류하는 이분법적 정책으로 ‘진짜 대기업’만큼 건강한 체질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각종 정책지원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중견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해 주는 허리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각종 정책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해 더 많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해 12월 작성한 ‘중견기업 규제 개선 과제 정리 보고서’에서도 정부의 정책지원에서 소외되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단 중소기업에서 졸업하면 KOTRA를 비롯해 각종 지방자치단체 등이 제공하는 중소기업 대상 수출지원제도 366개 중 256개에서 빠지게 된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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