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파탄 상태인 일본항공(JAL)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법정관리를 받게 된 데 이어 상장까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영항공사로 출발한 일본항공은 1987년 민영화 이후 최대의 시련에 봉착했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항공 경영 재건을 주도하고 있는 민관합동 기업재생펀드인 ‘기업재생지원기구’는 19일 도쿄지방법원에 한국의 법정관리에 해당하는 ‘회사갱생법 적용’ 신청과 함께 상장을 폐지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일본 금융관련법에 따르면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은 채무액에 따라 상장 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일본항공은 자산부채 실사결과 자산을 초과하는 부채액이 무려 7000억∼8000억 엔(약 8조4922억∼9조7054억 원)에 이르러 경영부실에 대한 주주의 책임을 물어 기존 자본금을 인정하지 않고(100% 감자) 상장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장이 폐지되면 금융사 등 법인 주주는 물론 38만 명에 이르는 개인주주가 보유한 주식도 모두 휴지조각이 된다. 현재 일본항공의 주가는 주당 67엔(8일 종가 기준)으로 1년 전에 비해 3분의 1 이하로 폭락한 상태다.
기업재생기구는 법정관리 신청 뒤 3000억 엔을 출자하고 4000억 엔 이상을 융자하는 한편 채권금융기관에 3500억 엔의 대출금 탕감을 요청해 일본항공을 일단 재정적으로 회복시킨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전체 직원의 30%에 이르는 1만5000명을 올해부터 3년 동안 단계적으로 해고하고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국내외 47개 노선도 없애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동시에 경영을 압박해온 직원의 기업연금도 현직은 평균 50%, 퇴직자는 평균 30%를 감액할 방침이다. 그러나 기업재생기구는 외국 항공사의 투자가 정부 주도하의 구조조정을 복잡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해 미국 델타항공 및 아메리칸항공의 투자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한편 일본 언론은 2002년 한때 매출액 세계 3위였던 세계적 항공사인 일본항공이 재정파탄에 이르게 된 요인으로 민영화가 되고서도 버리지 못한 방만한 공기업식 경영을 꼽고 있다. 외국항공사 점유율 제한, 저가항공 출범 규제 등 정부의 정책적 배려를 등에 업고 세계적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국내 시장에 안주해 온 결과라는 지적이다. 일본항공은 경기침체에 따른 항공 수요 감소와 고유가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2001년 이후 수차례 공적자금을 지원받았지만 결국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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