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입차 판도 “환율에 물어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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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강세로 가격 오를듯
유럽차 수익성에 중점
엔화 안정세로 전환 예상
일본차 판매목표 2배 올려

최근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피아트는 내년 한국 시장 진출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피아트 주력모델인 ‘500’을 한국 시장에 선보이기로 했지만 내년에 유로화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 아직까지 브랜드 출시 시점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안영석 크라이슬러코리아 사장은 “피아트 한국지사는 비용 등을 고려해 기존 크라이슬러 영업망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피아트 제품이 가격에 민감한 중소형차 중심이어서 유로화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환율 변수는 대부분의 물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던 혼다코리아가 올해 BMW코리아에 정상을 빼앗긴 것도 엔화가치 급등이 결정적이었다. 내년에는 세계적인 달러 약세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엔화는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 점쳐지면서 수입차 업체 사이에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 유럽차, 유로화 인상으로 고전할 듯

올해 엔고 등에 힘입어 수입차시장 1∼4위를 휩쓴 유럽차들은 내년에는 거꾸로 유로화 가치 상승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내년 유로화 강세 전망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뉴 E클래스의 가격을 올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8월 말 출시된 뉴 E클래스는 7년 만의 풀 체인지 모델임에도 기존 모델보다 가격이 300만 원가량 낮아져 3개월간 총 2044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덕분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9∼11월 3개월 연속으로 수입차 브랜드 판매 1위를 달렸다.

자동차업계에선 뉴 E클래스의 경쟁 모델인 BMW 5시리즈와 아우디 A6도 유로화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작년 대비 44% 급증한 6374대를 판매해 수입차 업계 최고의 성장률을 보인 아우디코리아는 내년 판매목표를 6800대로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다. 올해 1∼11월 7875대를 판 BMW코리아도 내년 판매목표를 1만 대 정도로 정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유로화가치 상승 가능성 때문에 내년에 선보일 5시리즈 가격 산정에 적지 않은 고충이 있을 것 같다”며 “내년에는 판매대수보다 수익성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일본차, 공격 마케팅 시동

이에 반해 올해 엔화가치 급등으로 고전했던 일본차 업체들은 내년에 엔화가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음에 따라 공격적인 판매목표를 세우고 마케팅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올해 약 2000대를 판매한 한국닛산은 내년 판매목표를 올해보다 2배로 늘린 약 4000대로 세웠다. 한국닛산은 중형 세단인 ‘뉴 알티마’를 내년 초 선보이는 한편 올해 시행하지 않은 지상파 광고를 내년에 재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또 내년 1월 코엑스에서 전기자동차 리프를 전시하는 ‘닛산 테크놀로지 스퀘어’를 여는 등 다양한 판매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그레그 필립스 한국닛산 대표는 “내년은 ‘기술의 닛산’을 한국에 충분히 인식시켜 올해보다 100% 이상의 판매신장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혼다코리아도 올해 11월까지 4056대를 판매했지만 내년에는 최대 8000대까지 판매량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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