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으로 만들어 인도식으로 파니 통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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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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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CEO 수출 1호’ 인도 비디오콘 김광로 부회장

“30여 년 LG에 근무하면서 쌓은 제조업 경험에 인도기업 고유의 장사 수완을 더했더니 큰 시너지 효과가 났습니다. 좋은 파트너를 찾아 한국형 경영을 세계화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죠.”

인도 최대의 전자업체인 비디오콘의 최고경영자(CEO) 김광로 부회장(사진)은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부회장은 1998년부터 LG전자 인도 법인장을 맡으며 LG를 현지 가전시장 1위 브랜드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LG전자 동남아 지역대표(사장)에서 물러난 뒤 작년 5월 비디오콘 CEO로 영입돼 ‘한국인 CEO 수출 1호’라는 별명도 얻었다. 비디오콘은 지난해 매출이 약 2조1000억 원 규모인 인도 최대의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 업체. 2007년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내에도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문화가 전혀 다른 인도 기업을 한국식 경영 마인드로 이끌며 처음에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한다. 그는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려고 했는데 반발이 무척 컸다”며 “인도인들은 오랜 시간을 들여 직접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재빨리 회사를 키우는 데 익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EO라고는 하지만 모든 것이 생소한 경영 환경에서 김 부회장이 기댈 것은 ‘합리성의 힘’이었다. “제품 개발의 필요성을 직원들이 스스로 받아들일 때까지 꾸준히 설득했습니다. 설득한 뒤 권한을 부여하니까 두 문화의 강점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가 생기더군요. 이젠 인도 시장의 매출을 늘리는 것은 물론 남미 시장에도 새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김 부회장은 한국 기업의 경영방식에 대해 해외에 잘못 비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기업인 중에는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있는데 이는 위험한 생각”이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정신 등 한국적인 것들 가운데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강점으로 승부해야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특히 “인도인들은 국회에서 40여 개 정당이 17개 언어를 사용해 만모한 싱 총리의 퇴출과 같은 첨예한 사안을 다루면서도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뤄내려고 노력한다”며 “우리도 다문화(多文化) 환경에서 합의를 도출해내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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