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up KOREA]“이젠 세계 빅5” 현대·기아車의 무서운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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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거대 메이커들 불황에 휘청
현대·기아車 사상최대 실적내며 도약

‘위기를 기회로!’ 많이 쓰는 말이지만 올 한해 현대·기아자동차의 도약처럼 이 표현에 꼭 들어맞는 예를 찾기도 어렵다.

올해 3분기(7∼9월) 현대·기아차는 세계 시장 점유율 8.2%를 기록했다. 2007년 연간 세계 시장 점유율은 6.1%, 지난해는 6.5%였던 데 비해 점유율을 1.5%포인트 이상 끌어 올렸다. 자동차산업은 제품이 고가인 데다 제품 주기도 2∼3년 이상으로 비교적 긴 편이고,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다른 업계보다 매우 어렵다. 그런 산업에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거대 기업들이 무너질 때 현대·기아차는 무섭게 성장했다.

○ ‘빅5’ 업체로 자리매김해

올해 2분기(4∼6월) 현대차가 세계 시장 점유율을 사상 처음으로 5%를 넘기고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을 때만 해도 이를 ‘깜짝 실적’ 정도로만 보려는 분위기가 있었다. 약진의 원인에 대해서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제품 포트폴리오가 소형차 위주로 짜여 있어 경제 위기 속에 상대적으로 덕을 본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당장 하반기에 환율 효과가 사라지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석 달 뒤 현대·기아차의 3분기 실적발표를 보는 시선은 이와 달랐다. 현대·기아차는 3분기에 전 세계에서 131만여 대를 팔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모두 사상 최대 분기 판매량을 올렸다.

환율이 내림세를 보였지만 판매량은 늘었고, 선진국 시장과 신흥 시장 모두에서 고루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이제 나라 안에서나 밖에서나 현대·기아차를 업계 ‘빅5’ 중 하나로 보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전체 3.3%에서 올해 상반기 4.3%로 1.0%포인트 올랐다. 특히 8월에는 6만467대를 팔아 월 판매량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점유율은 4.8%(추정치)였다. 기아차 역시 같은 달 미국에서 4만198대를 팔아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때까지 미국에서 현대차의 월 판매량 최고 기록은 지난해 6월의 5만33대, 기아차는 지난해 5월의 3만1047대였다.

○ ‘역발상 마케팅’ 화제 만발

중국에서의 판매는 폭발적이다. 현대차는 올해 1∼9월 판매량(41만여 대)이 지난해 전체 판매량(29만여 대)보다 40%가량 많다. 8월에는 한 달 동안 5만713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달 판매량의 3배가 넘는 수치다. 기아차도 올해 들어 9월까지 중국에서의 누적 판매량이 15만6878대로 지난해 전체 판매량 14만여 대를 이미 넘어섰다.

올해 5월 칠레에서 현대차는 1976년 시장 진출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월간 시장점유율 1위(17.8%)를 달성했다. 2위는 GM(15.7%), 3위는 기아차(10.1%)였다. 인도에서 1∼9월 팔린 현대차는 모두 21만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5000대 이상 더 많다.

현대·기아차의 약진은 하나의 특정 요인 때문이 아니라 ‘각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잘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품질 향상, 공격적인 마케팅과 영업 전략 등이 모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불경기에 경쟁업체들이 몸을 사리는 동안 과감하게 전개한 역발상의 마케팅은 숱한 화제를 뿌렸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이 시도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현대차 제품을 산 고객이 구매 1년 내에 실직 또는 건강상 이유로 차를 운행하기 힘들어지면 반납할 수 있도록 한 이 제도는 미국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대차는 올해 2월에는 미국 최대의 스포츠 행사인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 TV 중계에 경쟁업체들을 따돌리고 초고가 중간광고를 집행했다. 현대차 측은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등을 소개한 이 TV 광고가 미국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설명했다.

○ 품질과 영업력도 향상

선진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서서히 변하는 추세다. 미국의 권위 있는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는 올해 6월 신차품질조사(IQS)에서 도요타와 혼다를 제치고 일반 브랜드 부문 1위로 현대차를 선정했다. 차급별 평가에서는 ‘아반떼’가 준중형차급 1위에, ‘베르나’가 소형차급 2위에 뽑혔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올해 JD파워의 상품성 및 디자인 만족도 조사를 비롯한 미국 내 여러 차량 평가에서 1위 모델로 꼽혔다. 기아차 ‘쏘울’은 올해 4월 미국 자동차 전문미디어 워즈오토의 ‘올해의 가장 멋진 인테리어 차’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 8월에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테스트에서 ‘가장 안전한 차량(top safety pick)’으로 뽑혔다.

현대·기아차는 2007년부터 진행해 온 ‘딜러 역량강화 종합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영업력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딜러 교육과 평가에 북미, 유럽, 중동 등 지역별로 다른 현지 특성을 반영하는 한편 판매 및 정비 고객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벌여 영업품질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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