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華商-유대인처럼 세계 네트워크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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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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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商대회에 온 ‘영 리더’ 6인의 제안
30, 40대 인맥 활용하면 해외시장 개척 도움
유럽 참가자 적어 아쉬움… 한상 홍보 강화를

고석화 미국 윌셔은행 회장(64)은 27일 인천 송도에서 개막한 제8차 세계한상(韓商)대회의 대회장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우리 같은 1세대 한상들이 매년 고국을 찾아 모국의 수출 길을 열고 투자를 해왔다”며 “앞으로는 우리의 바통을 이어받을 1.5세대, 2세대 한상을 발굴하는 것이 1세대 한상들의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젊고 유망한 차세대 한상을 발굴하고, 이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미래의 한상 리더를 키울 방안은 없을까. 이런 고민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돼 지난해 7차 세계한상대회에서 출범한 모임이 ‘영 비즈니스 리더 네트워크(YBLN)’. 이날부터 3일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올해 한상대회에는 18개국에서 55명의 영 비즈니스 리더가 참가했다. 동아일보는 이 가운데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젊은 한상 6명을 26일 인천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만났다. 고새뮤얼 미국 필로스테크놀로지스 사장(32), 최승업 나이지리아 MTI 상무(32), 홍선 베트남 HSDC 대표(36), 이진우 스페인 단군사(社) 대표(38), 박성태 중국 은덕공정건설유한회사 대표(45), 이영관 브라질 노다지전기 대표(47)가 주인공들이다.

▽홍선=제가 한상대회에 처음 참석한 것이 2007년 6회 대회입니다. 그때는 젊은 한상 간의 네트워크가 전혀 없었어요. 화상(華商)이나 유대인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어 서로 돕는데 말이죠. 젊은 사람들이 일회성 만남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작년에 YBLN이 정식 결성됐습니다. 현재 20여 개국 50여 명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주로 30, 40대죠.

▽이영관=젊은 한상들은 각 지역에서 탄탄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역량을 가진 분들입니다. 비즈니스에도 큰 도움이 돼요. 다들 한상이기 때문에 이해관계를 떠나 서로 돕거든요. 홍선 사장도 한상대회에서 만난 한국 기업인에게 베트남 장관을 소개해 사업을 도운 적이 있습니다.

▽고새뮤얼=이번 대회에서 한국 기업인을 많이 만나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중소·중견기업들의 제품이나 기술력이 굉장히 뛰어난데도 수출 역량을 갖추지 못해 수출하지 못하는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한국에도 2세 중소기업 경영인들이 많을 텐데 그분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으면 합니다.

▽최승업=자원개발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석유·가스사업은 지금 한국에 제일 필요한 사업이지요. 그런데 아프리카의 알짜 자원사업은 모두 중국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플랜트, 엔지니어링, 건설 기술을 갖고 있는데도 시장을 잘 몰라 사업을 놓치고 있어요. 한국이 저 같은 한상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박성태=저도 예전부터 한국 기업과 좀 더 친밀해질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조, 무역, 농산물 분야에서 잘하는 중국 한상들이 많거든요. 일단 우리는 언어가 통하니까 좋잖아요.

▽고새뮤얼=저희 아버지 세대는 한국에 상당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의사소통이 굉장히 쉬워요. 전화 한 통이면 되니까요. 하지만 1.5세대나 2세대들은 그렇지 못해요. 이들을 한상으로 적극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한국과의 인연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홍선=국내 기업인과 한상의 연계는 정말 중요합니다. 한국이 없으면 한상도 없어요.

▽이진우=(정부가 나서서) 한상 네트워크 홍보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한국에 와서 보니 유럽 쪽 참가자가 거의 없는데, 사실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지역에는 정말 많은 한상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들이 이런 행사를 잘 모릅니다.

▽이영관=사실 동포 기업인들은 그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재외동포재단이 ‘청’이 되면(격상되면) 이런 일들이 더 원활해지지 않을까요?

▽홍선=저희는 한국에 조금이라도 더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현재 YBLN 주도의 장학재단 운영도 논의하고 있어요. 앞으로 뜻이 있는 영 비즈니스 리더들의 자발적 성금을 모아 한상대회가 열리는 지역의 학생들에게 전달할 생각입니다.

▽이영관=한상대회에 오는 동포 기업인들의 모국 사랑은 대단합니다. 젊은 한상들도 그 뜻을 이어 한국과 해외시장의 연결 고리가 될 것입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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