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북시대… 국내 양대 전자책 사용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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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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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쇄된 종이 느낌을 주는 전자종이는 강한 광원(光源)이 없어서 오래 봐도 눈이 덜 피로하다.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이 최근 판매 대수 100만 대를 돌파했고, 미국의 일부 학교는 두꺼운 교과서를 전자책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구글은 ‘전 세계 도서관장서의 디지털화’를 목표로 내걸고 전자책 콘텐츠를 의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일본 최대 전자업체인 소니는 구글과 손잡고 전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아이리버가 최근 전자책을 내놓았다. 두 제품을 비교 체험해봤다.》

● 아이리버 ‘스토리’
웬만한 파일 모두 지원… 건너뛰기 기능 없어 재미없는 부분도 일일이 넘겨야


● 삼성전자 ‘SNE-50K’
5인치 화면 내손안에 쏙… 로딩시간 더디고 3개 파일만 인식… 호환성 아쉬워


○ 웬만한 디지털 문서 읽기 가능

아이리버 전자책 ‘스토리’는 흰색의 깔끔한 디자인이 특징. 애플의 아이폰을 확대해 화면 하단에 자판을 단 느낌이다. 두께가 1cm도 안 되고 무게는 284g에 불과하다. 페이지를 넘길 때에는 제품 양쪽 귀퉁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된다. 다만 가로 12.7cm, 세로 20.3cm로 문고판 책보다는 커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는 불편하다. 케이스는 따로 사야 한다.

최대 장점은 별도의 전환 과정 없이 웬만한 디지털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 전자책 전용 포맷인 ‘epub’은 물론 한글(hwp), 텍스트(txt), MS오피스(doc, xls, ppt, pdf) 파일을 모두 지원한다. 그림, 사진, 만화도 감상할 수 있다.

페이지 건너뛰기 기능이 없다는 것은 일반 종이책과 비교할 때 가장 아쉬운 대목.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모든 페이지를 일일이 다 넘겨야 한다.

MP3 회사에서 만들었다는 명성에 걸맞게 MP3 기능이 있다. 오디오 북을 이용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외국어 텍스트를 전자책으로 보며 듣기 공부도 할 수 있고 화면 아래에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쿼티(QWERTY)’ 자판이 배열돼 있어 메모장이나 다이어리로 쓸 수 있다.

최대 2GB(기가바이트)의 메모리엔 2500여 권의 책을 저장할 수 있다. 한 번 충전하면 7000페이지 정도를 읽을 수 있다. 하루 출퇴근 시간이 2시간가량이라면 1주일 정도 쓸 수 있다. 또 디지털교보문고에서 권당 4000∼6000원인 전자책 파일 6만여 종을 유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 ‘다이어리’를 표방한 e북… 그러나 아직은 미완

아이리버 ‘스토리’보다 한 달 앞서 공개된 삼성전자 전자책 ‘SNE-50K’의 최대 장점은 휴대성이다. 한 손으로 작동할 수 있을 만큼 작은 5인치의 화면 크기, 겉에 달린 갈색 가죽 케이스, 터치 펜 등은 흡사 다이어리를 연상케 한다. 무게도 200g으로 책보다 가볍고, 전체 크기도 A4 용지 절반 크기(가로 9.6cm, 세로 14.3cm)로 ‘스토리’보다 작아 주머니에 쏙 들어간다. 케이스를 덮으면 어느 누구도 전자책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 디자인에서는 디지털적인 요소를 최대한 없앴다.

또 전용 펜으로 쓰면 그 즉시 자동 저장되어 노트나 일정 관리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전용 펜이 아니면 그 어떤 도구로도 작동할 수 없다. 펜이 작다 보니 잃어버리면 책을 볼 수 없다. 또 평균 20초가 넘는 로딩 시간, 느린 터치스크린 반응 속도 등 슬림하고 콤팩트한 외관과 달리 시스템은 더디다.

‘스토리’에 비해 호환성이 낮은 점도 다소 불편한 점으로 꼽힌다. 이 전자책은 ‘epub’과 ‘txt’, 사진파일 ‘bmp’만 인식한다. pdf, xls, doc 파일 등은 ‘버추얼 프린터 드라이버’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해 파일을 변환해야 한다. 여기에 사진 파일은 600×800 이하 해상도만 지원하기에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대용량 사진을 무턱대고 변환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책 400권 정도를 저장할 수 있는 512MB(메가바이트) 메모리가 탑재됐다. 한 번 충전하면 4230페이지까지 연속 보기가 가능하다.

○ 총평

전자책의 타깃은 20대 이상이다. 하지만 34만8000원(아이리버 스토리), 33만9000원(삼성전자 SNE-50K)으로 고가(高價)인데, 책 읽기와 메모, 다이어리 대용 스케줄 등 3가지 메뉴를 제외하곤 큰 장점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수천 권의 책을 문고판 크기의 전자책 한 권에 쏙 담는 것은 편리하지만 종이책의 ‘질감’은 아직 덜 살렸다.

아직은 시작이라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게 당연할지 모른다. 전자제품이지만 얼마나 뜨겁게 소비자의 감성을 일깨울 수 있을까. 국내 전자책의 운명은 여기에 달렸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아이리버 ‘스토리’▼
○크기: 가로 127mm, 세로 203.5mm ○무게: 284g ○화면: 6인치 ○호환 파일: 문서: epub, txt, pdf, doc, ppt, xls 사진: jpeg, bmp, gif 음악: mp3, wma, ogg ○기기용량: 2GB(기가바이트) ○배터리 용량(최대 연속 보기): 7000페이지 ○가격: 34만8000원 ○특징: 마이크로SD카드 슬롯 부착(최대 32GB까지 용량 저장)

▼삼성전자 ‘SNE-50K’▼
○크기: 가로 96mm, 세로 143mm ○무게: 200g ○화면: 5인치 ○호환 파일 문서: epub, txt 사진: bmp ○기기용량: 512MB(메가바이트) ○배터리 용량(최대 연속 보기): 4230페이지 ○가격: 33만9000원 ○특징: 터치스크린, 가죽 케이스로 아날로그 ‘다이어리’ 디자인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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