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3시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광장힐스테이트' 본보기 집(모델하우스)에는 주말을 맞아 새 아파트를 구경하려는 가족 단위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광장힐스테이트는 3.3㎡ 당 분양가가 2100만~2700만 원, 한 채당 가격이 5억~13억 원으로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예비 수요자들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본보기 집 내부 뿐 아니라 밖까지 100미터 이상 줄이 길게 늘어섰고 일부 평형에는 60~70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제대로 구경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광진구에서 네 식구가 99㎡(30평형) 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주부 오모 씨(48)는 "집값은 계속 오를 것 같은데 각종 규제로 은행 대출을 받아 바로 큰 아파트를 사기는 어렵고 해서 중도금을 나눠 낼 수 있는 분양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 앞에서 문을 연 영종 하늘도시 6개 건설사의 본보기 집에는 주말을 맞아 3일 동안 4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18일 하루에만 2만 명 이상이 찾았다. 인천 남구 용현동 청라지구 동시분양 본보기집에 16일 8000명이 찾았고 주말인 17, 18일 이틀 동안 2만5000여 명이 방문했다. 인천의 영종 하늘도시와 청라 동시분양 본보기 집에 3일 동안 7만 명이 넘는 인원이 다녀갔다. 본보기 집 안에 10여개 씩 마련한 상담부스 앞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지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한 건설사 상담직원은 "밥 먹을 시간은커녕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주택 시장에서 청약 열기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제2금융권까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강화되면서 목돈을 마련하기 버거운 소비자들이 DTI 규제에서 제외돼 대출을 쉽게 얻을 수 있고 중도금을 나눠 낼 수 있는 신규 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도권 일부 지역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사라지는 내년 2월 이전에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투자 수요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청약 특수'가 일고 있다.
●거세지는 청약 열풍 청약 열풍은 서울 뿐 아니라 인천 등 수도권, 지방까지 골고루 나타나고 있다. 지난 달 21일부터 계약을 실시한 현대건설의 '거제 힐스테이트'(경남 거제시 양정동)는 2주 남짓 동안 총 715채가 100% 계약됐다. 미분양 물량이 많은 부산에서 지난 달 롯데건설이 분양한 화명동의 '롯데캐슬 카이저'는 전체 925채에 대한 청약 신청을 3순위까지 받은 결과 2287명이 몰렸다. 올 상반기 금융위기 직후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에 건설사 관계자들조차 "놀랍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할 정도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 동안 사라졌던 이른바 '떳다방'(무허가 이동식 중개업소)까지 나타났다. 지난달 쌍용건설이 경기 남양주시 별내지구에서 분양해 11.8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인 '별내 쌍용예가'는 전매제한으로 인해 입주 전 분양권 거래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데도 '떳다방'을 통해 2000만~3000만 원가량 웃돈을 붙인 분양권이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청약 열풍은 경기 회복과 함께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주택 공급 감소로 2,3년 후면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여기에 각 건설사의 공급 물량 확대까지 맞물려 청약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올 들어 10월 초까지 종합시공능력순위 10위권의 대형 건설업체들이 공급한 물량은 2만3058채에 그친 반면 10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약 석 달 동안에는 그 3배에 육박하는 6만3109채가 공급될 예정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기다렸던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올해 안에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이번 기회에 쌓였던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 시세차익은 어려워 '청약 특수'를 맞아 건설사들의 주택 공급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분양가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18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 이후 서울에서 공급되는 신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527만 원으로 올 들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3분기(7~9월) 신규 아파트 평균 분양가인 3.3㎡당 1416만 원에 비해서도 1000만 원 이상 비싼 가격이다. 반면 경기는 3.3㎡당 946만 원, 인천은 3.3㎡당 986만 원으로 3분기에 비해 70만~100만 원가량 낮아졌다. 서울의 '광장힐스테이트'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지만 최고 분양가가 3.3㎡당 2720만 원으로 인근의 새 아파트 시세(3.3㎡당 1900만~2700만 원)와 큰 차이가 없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마포구 공덕동의 래미안 공덕5차는 151㎡형의 경우 분양가가 3.3㎡당 2387만 원선이어서 인근 래미안 공덕 2~4차 시세인 3.3㎡당 1800만~2200만 원보다 오히려 더 비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흑석, 용산 등 도심 인근에서 분양한 재개발 단지들이 높은 분양가격에도 불구하고 1순위에서 높은 청약경쟁률을 나타내며 마감되는 등 'DTI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어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낮추기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최근 양호한 청약 성적을 거둔 건설사들이 분양 가격을 공격적으로 책정하면서 분양가 할인 혜택 등을 내세웠던 지난해 말까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