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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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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라면 누구나 매달 나가는 인건비와 임차료에 큰 부담을 느낀다. 인건비, 임차료 등 고정비용을 생각하면 하루 24시간 매장이 북적여도 모자라지만 고객이 매장을 찾는 시간대는 정해져 있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할 때는 돈 안 되는 시간대를 돈 버는 시간대로 바꾸는 ‘타임마케팅’이 필요하다.
2004년 경기 부천시 상동에 남성전용 미용실 블루클럽을 연 정미선 씨(40·여)는 창업 이후 오전 오후 매장이 한산하다 저녁 때 직장인 손님이 북적여 고민이 많았다. 이후 정 씨는 매장이 한산한 오전과 오후 시간대를 활용해 노인들의 머리를 무료로 잘라주는 봉사활동을 했다. 순수한 뜻에서 시작한 자원봉사 활동이었지만 무료 이발 서비스를 받은 노인들은 자발적으로 블루클럽의 홍보대사로 나섰다. 이들은 친구는 물론이고 손자와 아들 손을 이끌고 매장을 다시 찾았다. 정 씨 매장은 무료 이발 서비스를 시작한 후 고객이 월평균 1000명 이상 늘었다.
음식점들의 고민은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대에만 고객이 몰린다는 것이다. 분식업종은 점심때는 매장이 북적이지만 저녁때는 텅 비는 경우가 많다. 분식업도 쿠폰이나 식권, 가격할인 이벤트를 접목한 타임마케팅을 시도해볼 수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서 만두 전문점 ‘만두빚는사람들’을 운영하는 박인숙 씨(48·여)는 새로운 메뉴를 선보일 때마다 인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경품행사를 진행했다. 야근이 많은 직장인들에게는 1000원 할인쿠폰을 제공했다. 박 씨는 매장 운영시간을 오전 3시까지 연장하면서 야근 후 귀가하는 직장인이나 해장 음식을 찾는 남성 고객들을 모을 수 있었다. 박 씨는 다른 분식점과 달리 밤 시간대에 점심 매출의 2배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경기 화성 신도시의 한 상가 3층에 240m²(약 80평) 규모로 샤부샤부 전문점 ‘채선당’을 연 마선화 씨(32·여)는 불리한 입지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타임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상가 인근에 10여 개의 초중고교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전단 홍보와 입소문 마케팅을 펼쳤다. 교육열이 높은 신도시 특성상 학부모 모임이 많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또 주거타운인 신도시이다 보니 평일 저녁 시간대 고객이 많지 않아 인근 회사나 관공서에서 회식을 할 때면 가격을 20% 할인해줬다. 마 씨는 요즘 월평균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음식점의 경우 메뉴를 다양화하는 것도 타임마케팅에 도움이 된다. 고추갈비찜 전문점 ‘고추맴맴’은 매운 요리와 주류가 주력 메뉴이다 보니 점심시간대 매출이 저녁에 미치지 못했다. 이 음식점은 시래기해장국, 우렁무침보쌈정식 등 담백한 맛의 메뉴를 추가로 선보여 예전보다 가맹점 점심 매출이 20∼30% 이상 늘었다. 반대로 점심 매출이 강했던 추어탕전문점 ‘미당추어탕’은 저녁 술손님을 잡기 위해 메기찜이나 추어튀김, 추어전, 추어매운탕을 추가로 선보였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고객이 적은 시간대에 가격을 할인해준다거나 아예 무료로 제품을 나눠주거나 서비스를 해주는 타임마케팅은 장기적으로 고객을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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