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앞에 서면 체형 분석-상품 추천

  • 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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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 ‘유통올림픽’ 소매업자대회 개막… IT기술 대거 선보여

《진열대에서 셔츠를 꺼내자 선반에 붙어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에 다양한 정보가 나타났다. 방금 꺼낸 검은색 셔츠 사진이 화면에 뜨며 제조 회사와 제품 치수, 디자인 포인트 등 주요 상품정보가 나열됐다. 다른 셔츠를 꺼내자 정보가 바로 달라졌다. 이 제품은 신세계I&C가 포장을 뜯을 필요 없이, 전자태그(RFID)를 활용해 액정으로 제품 정보를 볼 수 있게 개발하는 ‘전자 의류선반’이다.》

신세계I&C 측은 “그동안 제품 정보를 확인하려고 뒤적이다 제품이 훼손되는 사례가 많았다”며 “빠른 상용화를 목표로 이마트와 납품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3차원 마트에서 말하는 스크린까지

‘아시아 유통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14회 아시아태평양 소매업자대회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소매업협의회 주최로 14∼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아태지역 24개국의 유통전문가 3400명이 모였다. 나카무라 다네오(中忖胤夫) 일본 소매업협회장과 무토 노부카즈(武藤信一) 일본 이세탄 미쓰코시홀딩스 회장, 더글러스 통시 대만 원동그룹 회장 등 아시아 ‘거물급 유통인’들도 대거 방한했다.

한국에서 24년 만에 열리는 이 행사의 화두는 ‘정보기술(IT)과 유통의 결합’이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RFID 등 뛰어난 IT 기술을 활용하는 한국 유통의 발전 모습을 외국 유통인들에게 보여줘 이번 대회가 자연스레 한국 유통업의 해외 진출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바로 상용화할 수준의 기술도 많았다. 국내 중소기업인 ‘리테일테크’는 온라인 마트를 들고 나왔다. 이 회사는 홈플러스 잠실점을 촬영한 것을 바탕으로 인터넷을 통해 매장의 이미지를 3차원으로 보여줬다. 남승호 리테일테크 차장은 “대형 마트 모습을 그대로 보면서 인터넷쇼핑을 즐길 수 있어 기존 인터넷쇼핑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고객이 스크린에 서기만 하면 내장된 카메라로 체형을 분석해 추천 상품을 말해 주는 ‘아이월(i-wall)’과 쇼핑도우미 로봇 등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금이 한국 유통의 ‘세계화’ 기회

개막식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는 한국 유통산업의 세계화가 화두에 올랐다. 국내 유통산업이 이제 성장 둔화 단계에 들어간 만큼 이번 대회를 적극적인 해외 진출 계기로 만들자는 의견이다. 손 회장은 “지금 해외에 진출한 한국 유통업체 매장이 57개에 불과하다”며 “이번 대회에서 교류할 해외 유통업계의 정보를 토대로 좀 더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화두가 됐던 대기업슈퍼마켓(SSM)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은 “유통업은 크기와 상관없이 고객에게 어떻게 다가설지 고민해야 하는 산업”이라며 “유통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에 힘써야 하며 대형 유통업체 협력사의 80% 이상이 중소기업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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