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살리고 길도 살리고… 4대강 연결 ‘에코투어’ 만든다

  • 입력 2009년 9월 2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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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일대 공사 한창… 생태관광지 변신 꿈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선도지구 중 한 곳인 충남 연기군 남면 나성리 금강 일대에서 22일 산책로와 자전거길 조성을 위한 길닦기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위). 공사가 끝나면 이곳은 자연습지를 가까이서 보고 즐길 수 있는 생태공원을 비롯해 물놀이광장, 어류관찰대 등이 들어서는 생태관광지로 탈바꿈한다. 연기=전영한 기자
금강 일대 공사 한창… 생태관광지 변신 꿈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선도지구 중 한 곳인 충남 연기군 남면 나성리 금강 일대에서 22일 산책로와 자전거길 조성을 위한 길닦기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위). 공사가 끝나면 이곳은 자연습지를 가까이서 보고 즐길 수 있는 생태공원을 비롯해 물놀이광장, 어류관찰대 등이 들어서는 생태관광지로 탈바꿈한다. 연기=전영한 기자
■ 4대강사업 완료되면

30km마다 휴게소… 60km마다 야영장
곳곳서 수상레포츠-산책하며 경관 조망

지역특성 살려 생태-역사 탐방 코스 개발
사업 타당성 조사-환경 충격 최소화 숙제

“위잉∼ 위잉∼.”

22일 충남 연기군 남면 나성리 금강 유역. 4대 강 살리기 사업 선도지구 가운데 하나인 이곳에서는 굴착기 등 중장비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굴착기는 덤프트럭에 쉴 새 없이 흙을 퍼 담았으며 그레이더는 흙길 표면을 고르게 다졌다. 파란색을 띤 채 유유하게 흐르는 금강 옆에 어느덧 폭 10m의 황토색 흙길이 뻗어나가고 있었다. 박장환 극동엔지니어링 감리단장은 “흙길은 나중에 폭이 각각 3m인 자전거길과 산책로로 바뀐다”며 “길은 직선보다는 곡선미를 살려 구불구불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주변에는 풀이 우거진 자연습지가 곳곳에 넓게 자리 잡았다. 습지 사이사이에선 새들이 한가롭게 날아다녔다. 박 단장은 “자연습지는 보존가치가 높아 그대로 유지하고 사람들이 강 주위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주변을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물길 따라 삶이 바뀐다

나성리 일대 금강 주변은 1, 2공구로 나눠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1공구에는 △생태하천이 흐르는 수풀샘 △운동 등을 할 수 있는 가람마루 △일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그린둔치 △물고기들이 뛰노는 비단여울 등이 들어선다. 2공구에는 습지와 함께 물놀이광장, 생태체험 학습장, 어류 관찰대, 체육공원이 조성된다. 자전거길의 한쪽 끝은 대전까지 이어진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금강살리기사업팀 이경종 주무관은 “금강지역 상류에서 대전까지 자전거로 오갈 수 있게 된다”며 “연기군과 대전 주변에는 공원이 별로 없어 이 일대가 정비되면 많은 사람이 금강 주변에서 운동하고 산책하는 것은 물론 물놀이 등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마무리되면 이처럼 주민들의 여가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물 가까이에서 다양한 레저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자전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국을 손쉽게 누빌 수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자전거 여행도 가능하다. 4대강을 연결한 자전거도로는 모두 1728km로 강 하구부터 상류 주요 지점까지 이어진다. 자전거 바퀴를 굴리다 보면 황토, 석회암, 마사토, 나무 등 다양한 재료들로 만든 길을 지나게 된다. 군데군데 마련된 자전거호텔에 머물며 지도를 살펴보고 자전거 수리도 할 수 있다. 30km마다 들어서는 휴게소에서 틈틈이 목을 축이고 쉬어가면 된다. 또 60km마다 야영장이 들어서 밤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잘 수도 있다.

자전거도로는 철도역, 선착장 등과도 이어져 승용차 없이 자전거와 대중교통만으로 전국을 주유할 수 있게 된다. 자전거길 곳곳에 마련된 안내 단말기에서는 길 안내는 물론 주변에 있는 문화유적지를 검색해 여행 계획을 그때그때 바꿀 수 있다. 또 4대강에서는 각종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강 주변 곳곳에 설치되는 체육시설을 이용해 체력단련도 할 수 있다.

○ 생태, 문화, 역사를 즐기다

자연생태계를 살리고 문화와 연계해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도 4대 강 사업이 추구하는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다. 4대강에는 크루즈 여객선을 띄워 강과 내륙, 해안을 두루 둘러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크루즈 여객선은 태양광, 풍력 등 ‘녹색동력’으로 움직인다. 선상공연과 강변문화제 등 다양한 행사도 때맞춰 연중 열린다.

특히 단순히 관광지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4대강의 지역별 특성을 살려 역사, 문화,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마련한다. 예를 들어 충북 충주시 목계나루∼경기 여주군 영월루 코스를 개발하면 퇴계 이황의 자취가 스며 있는 이포나루(여주군 금사면)와 명성황후 생가를 둘러보고 불교작품이 전시된 목아박물관도 방문하는 역사문화생태탐방 루트를 만들 수 있다. 나루를 이용해 물길을 다녀보고 주막촌에서 지역 토속음식도 맛볼 수 있다. 별신제 등 고유문화 행사도 곁들여 볼 수 있게 된다.

또 4대강의 200km 구간에는 생태관광지 50개를 만들고 이를 안내하는 생태지도를 제작한다. 생태관광지는 2∼3시간 걸어서 여행할 수 있도록 4km 단위로 조성한다. 생태지도에는 물고기, 식물 등 하천 생태계에 대한 기본 정보와 함께 추천코스와 소요시간, 교통편 등을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은 “강 주변을 자연과 함께하며 문화와 역사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장(場)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대강 일대가 단순한 여가 공간이 아닌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려면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교통편과 같은 세부 사항까지 고려해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이 지향하는 에코투어리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환경적인 충격을 최소화하는 한편 사업 타당성을 면밀히 예측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숙명여대 김맹선 교수(문화관광학)는 “한국은 지역별로 문화유산이 풍부하고 관광수요도 적지 않아 각 지역이 관광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어떻게 이를 활성화할지 구체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며 “해외의 성공사례뿐 아니라 실패사례도 자세히 분석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기=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한강 - 선사유적 원형 복원
금강 - 국제 교류 중심지로
영산강 - 남도의 맛-멋 넘치게
낙동강 - 고분 테마파크 조성

■ 문화 흐르는 4대강 개발


4대강에는 되살아나는 물뿐 아니라 문화도 흐른다. 국토해양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손잡고 4대강 유역별 문화의 특성을 살려 복원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한강 일대는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역사 문화의 중심지로 선사유적지와 중원고구려비, 온달산성 등 유적지가 많다. 내륙수운교통의 중심지이면서 남이섬, 자라섬 등 빼어난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한강 일대에는 현대적인 감성 공간을 추가할 계획이다. 선사유적을 복원하고 전통 배, 선사유적 체험 전시관을 건립하는 한편 폐교 등을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바꾸고 종합레포츠단지를 만들어 각종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게 한다.

금강 일대는 백제문화와 관련한 역사적 자원이 집중돼 있다. 석탑, 사찰, 불상 등 불교문화 유적지만 187곳에 이른다. 철새도래지와 갈대 군락지 등 자연환경이 빼어나고 경관도 수려하다. 이곳은 서해안 국제교류 중심지로 부각할 예정이다.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와 적극적으로 교류해 문화를 꽃피웠던 백제의 역사성을 되살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문화교류 기지를 만들고 금강 물길과 강 유역 마을을 잇는 가도(街道)도 조성할 계획이다. 사찰을 활용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하기로 했다.

영산강 일대는 고대로부터 중국, 일본과 교류하며 동북아 3국 문명이 넘나들었다. 농경문화의 중심지이며 나루터, 고인돌 등도 많다. 이를 활용해 멋과 맛이 넘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계획이다. 전통배 복원 과정을 볼 수 있는 체험전시관을 만들고, 판소리 등 남도문화를 적극 알리고 즐길 수 있도록 예술 활동을 지원하며, 관련 기반시설도 확충하기로 했다. 유람선 상품을 개발해 ‘섬진강 문학기행 가도’도 만든다. 음식을 맛보고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음식문화 체험 공간도 조성할 계획이다.

낙동강 일대는 가야, 신라, 유교 문화권의 중심지다. 시대별 역사문화자원이 많고 설화와 신화를 배경으로 음악, 문학, 미술 등이 발달했다. 이를 토대로 자연과 사람이 숨쉬는 공간으로 되살릴 방침이다. 전통 숲을 복원하고 하천 습지 등을 둘러보는 생태관광을 활성화하며 양반촌, 한옥거리 등을 만들어 유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단지를 조성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고분을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도 꾸민다.

문화부 관계자는 “4대강 유역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 4대강 일대가 독일의 로만틱가도,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와 같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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