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단점-내 살림 얘기했더니 장수 프로로”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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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오쇼핑에서 ‘왕영은의 톡톡 다이어리’를 진행하는 왕영은 씨(왼쪽). 사진 제공 CJ오쇼핑
CJ오쇼핑에서 ‘왕영은의 톡톡 다이어리’를 진행하는 왕영은 씨(왼쪽). 사진 제공 CJ오쇼핑
CJ오쇼핑 진행 왕영은 씨

당신은 인기 드라마를 볼 때처럼 홈쇼핑 방송의 프로그램을 기억해뒀다가 채널을 맞추는가. 아니면 엄지손가락이 바쁘도록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홈쇼핑 방송을 보는가.

최근 2주년을 맞은 CJ오쇼핑의 최장수 프로그램인 ‘왕영은의 톡톡 다이어리’는 ‘CJ오쇼핑을 틀면 왕영은 씨가 나온다’는 채널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값비싼 수입 주방용품을 홈쇼핑 업계로 끌고 온 것도 왕영은 씨(50)의 공이다. 이 방송으로 홈쇼핑엔 중저가 제품만 있다는 소비자들의 선입견은 크게 줄었다.

19일 오전 2주년 특별 방송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의 판매 품목은 프랑스 ‘르쿠르제’ 냄비 세트였다. 진행자 왕 씨는 1980년대 MBC 어린이 프로 ‘뽀뽀뽀’의 1대 뽀미 언니답게 똑 부러지는 말투로 방송 멘트를 했다.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색상과 디자인의 무쇠 냄비죠. 재빨리 가열되는 바람에 냄비를 태운 적이 있는데, 검은 재가 냄비에서 스르르 떨어지는 거예요. ‘어, 이것 봐라. (비싼) 돈 값 하네’ 싶었어요. 다만 이 ‘아이’(르크루제 냄비)는 가볍지 않으니 손목이 유난히 약한 분은 욕심나도 참으셔야 할 것 같아요.”

최근 만난 왕 씨는 “내 살림 얘기라 방송 대본을 외울 필요가 없다”고 했다. “프로그램 장수를 위해 번지르르한 홍보성 내용만 얘기한 게 아니라 제품의 장단점을 함께 알렸더니 결국 장수 프로그램이 되더군요.”

긴 세월 내공이 쌓인 살림 노하우가 ‘장수의 비결’을 만들어낸 셈이다. 1978년 제1회 해변가요제 대상을 받고 방송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이연홍 전 중앙일보 정치부장(현 대한항공 고문)과 결혼한 후 전업 주부로 죽 살았다. 뭐든 대충 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두 자녀의 교육 뒷바라지와 살림이 내내 즐거웠다고 한다.

“대용량에 브랜드 이미지도 노쇠한 국내 믹서를 팔게 됐을 때 ‘젊은 믹서’ 콘셉트를 내세웠어요. 믹서로 각종 과일주스를 만드는 법을 소개하자 젊은 층을 대상으로 7000개가 금세 팔렸죠.” 이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동일 시간대 다른 홈쇼핑 방송과 비교해 평균 30∼50% 매출이 높다. 당연히 왕 씨의 수입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그는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의 외형과 기능뿐 아니라 자부심도 같이 구입하는데 그런 점에서 국산 주방용품은 아직 경쟁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국내 기업들은 끝없는 연구개발과 함께 자랑스러운 브랜드 역사를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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