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는 지금 제2외국어 ‘열공’중

  • 입력 2009년 8월 31일 02시 57분


업무를 마친 대우인터내셔널 본사 직원들이 회의실에 모여 스페인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 제공 대우인터내셔널
업무를 마친 대우인터내셔널 본사 직원들이 회의실에 모여 스페인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 제공 대우인터내셔널
새 시장 개척-자원개발 겨냥
스페인-아랍어 등 집중 학습

“지난 시간 ‘길 묻기’에 이어 오늘은 ‘어디예요’라는 표현을 배우겠습니다. 따라해 보세요. 돈데 에스타(D´onde est´a)?”

26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대우인터내셔널 본사 13층 회의실. 퇴근 준비로 한창인 시간에 이곳에 모인 10여 명의 대우인터내셔널 직원들은 스페인어 강사를 따라 한목소리로 “돈데 에스타”를 외쳤다. 이날 스페인어 강습에 참가한 직원들은 20∼40대 후반으로 사원부터 이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최근 자원개발, 신흥시장 개척 분야에서 중남미 시장이 중요해지면서 스페인어가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 신흥시장 커지며 외국어 ‘열공’

요즘 국내 종합상사들 사이에서는 제2, 제3외국어 교육이 ‘붐’을 이루고 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와 식량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올해 글로벌 경제위기로 선진국 시장이 크게 타격을 받으면서 동남아, 중남미, 동유럽, 아프리카 등 제3국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을 반영해 대우인터내셔널은 올 들어 직원 어학교육 프로그램을 크게 강화했다. 한국외국어대 등에서 강사를 초빙해 매주 월∼목요일 아침, 저녁으로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사내 강좌를 운영한다. 미얀마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터키어, 폴란드어 등 ‘특수언어’ 교육은 수강료 전액을 회사가 부담하고 외부기관에서 배우게 한다. 대우인터내셔널 김상욱 이사는 “2012년부터는 제2외국어를 필수로 해야 승진할 수 있도록 승격 규정도 바꿨다”며 “특히 ‘미래 일꾼’인 사원∼대리급 직원은 2012년까지 의무적으로 2개의 제2외국어를 목표 점수(언어별 지정시험 기준)까지 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말’ 안 되면 채용·승진도 ‘막막’

SK네트웍스도 올 2월과 5월 각각 스페인어와 인도네시아어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제3세계 언어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빠른 습득을 위해 한국인 강사(단어·문법)와 원어민 강사(회화)가 1시간씩 교대하며 금, 토요일 4시간씩 수업하는 집중 교육 방식이다. 인도네시아 무역 관련 실무 직원들의 경우 현지 대학에 직접 가 어학연수를 받기도 했다.

SK네트웍스 측은 “최근 중남미 철강무역, 멕시코 동(銅) 광구 사업, 인도네시아 플랜테이션 사업 등이 커지면서 전사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이 구축됐다”며 “향후 이 지역에서는 와인, 모바일 플랫폼 수출 사업 등도 진행할 예정이어서 더욱 중요하다”고 전했다.

현대종합상사는 작년부터 아예 채용단계부터 제2외국어 가산점을 크게 높여 인재들을 뽑고 있다. 현대종합상사 인사팀 관계자는 “작년에 선발된 24명의 신입사원 중에서는 11명이 외국어 특기자”라며 “영어나 중국어는 기본이고 아랍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 특수언어 구사자들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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