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대우건설 매각 ‘불편한 진실’

  • 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쌍용자동차와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기업 중 상당수가 실제 매각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정부와 금융회사의 고위 관계자들이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를 두 회사의 매각작업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쌍용차 파업이 종료된 뒤인 6일 이유일 쌍용차 법정관리인이 “국내외의 3, 4개 기업에서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16일 “로펌 등을 통해 쌍용차의 상태가 어떤지 물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입찰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각 주체로서 쌍용차에 관심을 두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법정관리인의 발언 배경을 풀이했다. 러시아 인도 등지의 자동차 회사들이 쌍용차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쌍용차의 노동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있는 데다 기술력이 타사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기 힘들어 기업들이 선뜻 인수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법정관리인이 인수합병을 논의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전혀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파업에 따른 가치 하락이 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77일 동안의 파업으로 3000억 원 안팎의 금전적 손실을 입었을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대외 신뢰도까지 많이 떨어져 쌍용차 인수를 원하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쌍용차에 앞서 이미 매각 방침이 정해진 대우건설을 살 곳도 많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계에선 최근까지 포스코 롯데 등 국내 기업과 벡텔, 파슨스 등 외국계 기업 등 10곳 이상이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입찰 의사를 타진해온 금융회사의 한 고위 인사는 “국내 대기업 몇 곳을 제외하곤 대우건설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곳이 드물다”며 “심지어 일부 외국계는 최근 대우건설 주가가 인수를 포기해야 할 수준까지 올랐다고 본다”고 전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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