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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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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은데 왜 펀드 환매는 계속되죠?”
“중국 증시를 버블로 보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뭐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얼마 정도로 보나요?”
5일 오후 5시 40분경 서울 강동구 성내동 동양종합금융증권 금융센터 강동본부 객장에서 열린 개인투자자 대상 투자설명회. 좁은 객장을 가득 메운 40여 명의 ‘개미’들은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 대안투자(AI) 전략팀 정인지 연구원의 하반기 주가 전망과 투자전략에 대한 강연이 끝나자 속사포처럼 질문 공세를 펼쳤다. 정 연구원은 개미들의 질문에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강사들은 “상승 여력”… 개미들은 “상투 잡을라” 조심
그는 이날 설명회에서 약 40분간 국내외 경제상황을 거론하며 “연말까지 코스피가 최고 1,900 선까지도 갈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갈 길(주가 상승 폭)이 많이 남아 있으니 지금이라도 들어오는 것(투자 참여)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원의 ‘긍정적인 전망’에도 개미들의 의심이 담긴 질문 공세는 계속됐다. 당초 오후 5시 50분 정도에 끝날 예정이던 투자설명회는 6시 20분경이 돼서야 마칠 수 있었다.
지난달부터 주가가 급격히 오르고 주요 기업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투자 열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증권사가 주가 전망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이용법 등을 주제로 한 투자설명회를 잇달아 열고 있다. 현대증권은 최근 HTS 이용법을 주제로 공개 설명회를 열었고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도 소그룹으로 구성된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식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증권업계에서 여름 휴가철인 7, 8월은 투자설명회 ‘오프 시즌’으로 통한다. 하지만 증시 상승세에 발맞춰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달아오르자 설명회 개최로 급선회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예탁자산 10만 원 이상으로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를 한 증권계좌가 3월부터 급증해 지난달 초 기준으로 1548만 개를 기록했다. 올해 초에 비해 297만 개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 10월 말 코스피 1,000 선이 무너지는 지옥 같은 상황을 경험한 개인투자자들은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동양종금증권 강동본부 김한상 대리는 “원래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는 질문을 하는 고객이 많지 않고 그나마 상당수는 ‘유망 종목을 찍어 달라’는 식의 단순한 질문”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질문 수도 많아졌고 내용도 구체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참석자들은 설명회가 끝난 뒤에도 강연자들을 붙잡고 질문을 던질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복잡한 그래프와 수치로 가득한 증권사 내부 자료를 줄 수 없느냐고 부탁하는 투자자들도 있었다.
○ ‘장밋빛 전망’에 대한 의심도 많아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의 ‘장밋빛 전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투자설명회장에서 만난 투자자들 중에는 ‘경제상황과 주가가 너무 빠르게 회복되는 것 같아 오히려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많았다.
부인과 함께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김모 씨(49)는 “요즘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 기대도 되지만 동시에 불안하기도 하다”며 “전문가들의 전망이 틀리는 일이 많아 가급적 설명회에 자주 나간다”고 말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증권사들이 너무 경쟁적으로 투자 열기를 뜨겁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주식투자 경력이 30년 정도라는 50대 중반의 김모 씨는 “주가가 오름세인 건 맞지만 증권사들이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증권사들의 전망보다 보수적으로 투자전략을 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개인투자자는 “안정적인 투자전략보다는 공격적으로 투자하라고 추천하는 분위기가 훨씬 강해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지난 1년 사이 전례 없는 큰 폭의 폭락과 급등을 경험해서인지 개인투자자들이 상승장 속에서도 예상만큼 과감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며 “주가가 계속 올라도 당분간은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고수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