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기업, 이것이 달랐다]LG화학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6분


화장품통 뚜껑, 플라스틱 빗을 시작으로 한국 플라스틱 시대를 연 LG화학. 석유화학사업, 정보전자소재사업 등으로 사세를 넓히며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가 주목하는 화학 명가로 자리 잡았다. 사진 제공 LG화학
화장품통 뚜껑, 플라스틱 빗을 시작으로 한국 플라스틱 시대를 연 LG화학. 석유화학사업, 정보전자소재사업 등으로 사세를 넓히며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가 주목하는 화학 명가로 자리 잡았다. 사진 제공 LG화학
플라스틱 빗에서 LCD소재까지… ‘화학 혁명’ 62년
끊임없는 R&D 투자로 1위 지켜
GM전기車 배터리 단독 공급도

지금의 LG화학을 있게 한 것은 ‘화장품 뚜껑’이다. 1940년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는 ‘럭키크림’을 크게 성공시켰지만 툭하면 깨지는 크림통 뚜껑 탓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해 설립한 회사가 바로 LG화학이다. 한국의 플라스틱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후 LG화학은 국내 화학산업을 개척하며 국민들의 삶을 소리 없이 바꿔놓았다. 더 나은 삶을 향한 길을 제시하는 ‘솔루션 파트너’가 LG화학의 슬로건이다. 국내 최초의 ‘비니루 장판’, 플라스틱 빗, 새시 등이 모두 LG화학의 손에서 탄생했다. ‘화학 명가(名家)’라고 자부해도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 이유다.

○ 화장품 뚜껑이 연 플라스틱 시대

1947년 1월 5일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설립한 당시 구인회 사장은 아우 구태회 전무(현 LS전선 명예회장)와 의기투합해 플라스틱 사업을 시작했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 10월 미국에서 큰돈을 들여 사출성형기까지 수입했다. 이 기계에서 처음 나온 제품이 바로 국내 최초의 플라스틱 빗인 ‘오리엔탈 빗’이다. 이재형 당시 상공부 장관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것이 바로 국산 빗”이라고 소개하자 이승만 대통령이 신기해하며 한 개 달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1970년대에는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석유화학산업으로 사세를 넓혔다. 파이프에 쓰이던 폴리염화비닐(PVC)을 창호재로 개발해 ‘하이샤시’라는 획기적 신제품을 내놓았다. 창문에 비닐을 대 겨울철 찬 바람을 막곤 하던 당시 생활의 불편함에서 착안했다. 지금도 ‘샤시’는 창호재의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비니루장판’도 국내 주거문화에 대변혁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건축장식재 사업부는 올해 4월 LG하우시스로 분할됐다.

1990년대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2차전지,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판 등 정보전자소재사업에 뛰어들었다. 회사 밖에서는 전자회사가 아닌 화학회사가 첨단 정보전자소재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무모하게 여겼다. 하지만 LG화학은 국내 최초 리튬이온전지,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용 편광판을 개발하는 저력을 보였다. LCD용 편광판의 경우 최근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던 일본 니토덴코(日東電工)를 제치고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LG화학이 60년간 1등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연구개발(R&D)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의 영향이 컸다. 국내외에서 획득한 특허만도 8000건이 넘는다.

○ 녹색 성장을 이끈다

거침없는 1등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늘 선두이다 보니 어느 틈에 편하게 일을 하려는 타성이 생겨났다. 목표의식도 느슨해졌다. 급기야 2006년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최악의 실적을 내기에 이르렀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번졌다. 김반석 당시 사장(현 부회장)은 ‘남보다 먼저, 남보다 빨리, 남보다 자주’라는 ‘스피드 경영’을 선포했다. 회사 밖으로는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내부적으로는 능동적인 조직문화 수혈에 박차를 가했다. 일단 목표를 찾고 나니 내달리기는 수월했다. 60년 1등 기업의 저력도 한몫했다. 2008년 ‘순이익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올해 2분기(4∼6월) 6603억 원이라는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고 올 상반기(1∼6월)만 영업이익이 1조 원대를 넘어섰다.

LG화학은 올해 1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자동차용 리튬폴리머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전지 분야에 먼저 진출한 일본을 뒤쫓던 한국이 오히려 일본을 넘어서 세계시장을 이끄는 선두 자리에 서는 ‘사건’이었다. LG화학은 현대차가 최근 내놓은 하이브리드자동차 ‘아반떼’와 기아차의 하이브리드카 ‘포르테’에도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단독 공급했다.

기후변화협약에 있어서도 LG화학은 단연 빨랐다. 2004년부터 ‘기후변화협약 대응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왔다. 최근 산업부문 연료전환 사업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전남 나주시 LG화학 공장의 청정연료전환(CDM)사업을 유엔에 등록하고 앞으로 10년간 약 20만 CER(유엔이 인증한 온실가스 배출권)를 확보했다. 현재 유럽지역 내 탄소배출권 시세로 환산하면 50억 원에 이르는 규모다.

첨단 정보전자소재 분야에서도 신사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LCD 핵심 부품소재인 LCD용 유리기판 사업에 진출해 경기 파주시에 모두 1조2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CD 부품소재 중 원가에서 20%를 넘게 차지하는 LCD용 유리기판은 국내 LCD산업의 해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산화가 절실히 요구되던 부품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LG화학 약사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설립

-1969년 민간기업 최초 기업공개(IPO)

-1976년 여수 PVC공장 준공

-1995년 ㈜LG화학으로 상호 변경

-1998년 중국 닝보(寧波) ABS공장 준공

-1999년 국내 최초 리튬이온전지

대량생산체제 구축

-2001년 LG화학 LG생활건강 LG생명과학 등 3개사로 기업분할

-2004년 정보전자소재 전문 생산기지

‘오창테크노파크’ 준공

-2007년 LG석유화학 합병

-2009년 산업재사업 LG하우시스로 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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