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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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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년 전 아파트 재건축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던 리모델링 시장이 최근 들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주택 소유자들의 자금사정이 빠듯해진 데다 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 등 대부분의 재건축 규제가 지난해 풀리면서 리모델링을 검토했던 일부 단지가 다시 재건축 쪽으로 돌아선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건설업계는 주택경기가 악화된 상황에서 리모델링 사업마저 추진력을 잃자 리모델링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 제도가 사업추진 걸림돌
일부 단지는 주민들의 동의를 받았는데도 리모델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리모델링 관련 제도 탓이다.
완공된 지 17년 된 경기 부천시의 A아파트는 지난해 주민 동의 절차를 모두 마치고 올해 건축심의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 완공 후 20년간 리모델링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걸려 리모델링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서울 강남권에 있는 한 아파트단지는 전체 가구의 3분의 2 이상이 리모델링 사업에 동의했지만 일부 동(棟)에서 찬성 비율이 3분의 2를 넘지 못해 주민 동의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리모델링을 할 때 전용면적을 최대 30%까지만 수평으로 확장하도록 규정한 건축법 조항도 업계를 중심으로 개정 요구가 거세다. 쌍용건설 양영규 리모델링사업부장은 “이 조항이 만들어진 2003년 이후 ‘탄소섬유시트’를 콘크리트 기둥에 붙이는 새로운 공법이 도입되는 등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지금은 건물 구조를 튼튼하게 유지하면서도 수직증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업계, 제도개선 적극 요구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쌍용건설 두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한 한국리모델링협회는 최근 국토해양부에 ‘건설경기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증대를 위한 리모델링 제도 개선방안’을 건의했다. 리모델링 사업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큰데도 일부 제도가 리모델링 추진을 막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협회는 “현재 사업을 추진 중인 87개 단지에서 리모델링이 시작되면 8조 원의 공사 물량과 14만7000명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협회는 리모델링 조합 설립 때 각 동 및 전체 소유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도록 한 동의 요건과 택지개발지구와 지구단위계획구역에 지어진 아파트는 완공 후 20년간 리모델링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규정 등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임태모 주택건설과장은 “수직증축은 기술적으로 가능하겠지만 공사비가 크게 늘어나 주민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며 “공익과 안전, 건설업계의 애로를 두루 감안하면서 협회의 건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