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업체 적자운영 ‘발등의 불’

  • 입력 2009년 4월 15일 03시 05분


시멘트사는 가격 올리고… 건설사는 손 내젓고…

최근 시멘트 가격 인상에 합의한 레미콘업계가 시멘트 원가 상승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14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가격은 올랐지만 건설업계는 시멘트가 주원료인 레미콘 가격을 아직 인상해주지 않고 있다. 레미콘업계에서는 오른 시멘트 가격이 적용되는 다음 달부터 업체별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유진기업, 삼표, 아주산업 등 대형 레미콘 3사는 7일 시멘트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시멘트 가격을 올려줬다. 시멘트 생산업체들이 지난달 23일부터 14.4%의 가격 상승을 요구하며 15일 동안 시멘트 공급을 중단하자 결국 ‘백기 투항’했다. 이에 따라 시멘트 출하 가격은 t당 6만7500원으로 인상됐다.

9일부터 시멘트는 정상 공급되고 있지만 레미콘 업체들의 속앓이는 더욱 심해졌다. 한 대형 레미콘회사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이 구조조정으로 언제 넘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레미콘 가격 상승 요구가 먹히겠느냐”며 “아직 건설사에 레미콘 가격 상승을 타진도 못해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도 “지난해 레미콘 출하 중지까지 해가며 가격을 8% 올렸는데 올해 또 올리기는 힘들다”며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업체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레미콘업계의 협상력이 시멘트업계나 건설업계보다 떨어져 레미콘 가격 문제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국적으로 7, 8개 회사만 있어 협회를 중심으로 결집력이 있는 시멘트업계에 비해 레미콘 쪽은 소규모 업체가 너무 많아 ‘발언력’이 약하다고 지적된다. 또 레미콘업체 간 경쟁이 심해 제품 최종 소비자인 건설회사와 일괄적인 가격 협상을 벌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결국 건설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시멘트 가격 상승분을 레미콘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 도산하는 기업이 나오는 등 업계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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