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2420명 정원 감축 의결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3분


노조 “단계 감원 약속 이행을”

공기업 정원 감축을 놓고 해당 공기업 노사(勞使)가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69개 공공기관의 정원 감축(1만9000명) 계획을 발표하며 “인력 감축은 경제여건을 감안해 자연감소, 희망퇴직 등을 활용해 3, 4년 동안 단계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그때만 해도 공기업 노조는 협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획재정부가 “실제 직원 수는 2012년까지 줄이면 되지만 정원은 올해 안에 감축하라. 정원 감축 결과를 4월 공기업 기관장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통보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30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한전은 25일 노조 저지로 보류했던 이사회를 이날 오전 7시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어 정원 2420명 감축안을 전격 의결했다. 한전은 4차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전체 정원(2만1473명)의 11.1%인 2420명을 2012년까지 줄일 방침이었다. 한전 소속 동서 서부 남부 남동 중부발전 등 5개 발전 자회사도 이날 회사가 아닌 서울시내 호텔에서 각각 이사회를 열어 모두 1570명에 이르는 정원 감축안을 처리했다.

한전 노조 측은 “사측은 노사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정원 감축안을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정원이 줄면 거기에 맞춰 정부가 인건비 등을 배정하기 때문에 복지가 악화되고, 곧바로 현원(현재 인원) 감축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재정부와 청와대 등을 접촉해 ‘정원 감축을 못 박더라도 현재 인원 감축은 예정대로 2012년까지 실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공기업에 보내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미 공기업 노조의 요구에 부응하는 내용을 밝혔다는 입장이다.

지경부 당국자는 “정부가 최근 정원 감축을 확정하라고 요청했을 때 정원 초과 인원에 대한 인건비 등은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내용도 넣었다”며 “정부도 공기업 현원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데 찬성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경부에 따르면 정원을 줄여야 하는 지경부 산하 22개 공공기관 중 30일 오후까지 정원 감축안을 의결한 곳은 18개사다.

이에 앞서 한국가스공사 이사회는 26일 노조 반발로 이사회 장소를 세 차례 옮기며 정원 10.7%를 감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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