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 타고 브릭스펀드 웃는다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러 펀드 한달 수익률 23%

中-印-브라질도 크게 호전

국제 원자재값 아직 유동적

섣부른 바닥확신 경계해야

지난해 펀드 투자자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줘 ‘못난이 펀드’라 불렸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글로벌 증시가 다소 살아나면서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일부 경제지표의 호전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공급 확대로 위험자산인 원자재의 가격이 오르자 자원 부국(富國)인 러시아와 브라질 등의 주가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브릭스 국가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일 때 계속 장기투자를 할지, 분할 환매에 나설지 미리 전략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경제상황이 국가별로 크게 다른 만큼 해당국 증시의 흐름을 주시하다가 전략을 실행할 최적의 타이밍을 포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 원자재가격 회복에 브릭스 펀드 부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전액 또는 분산 투자하는 ‘범(凡)브릭스 펀드’는 설정잔액기준으로 20일 현재 42조4124억 원에 이른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에 투자한 주식형 펀드의 약 80% 수준이다. 2007∼2008년에 국내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브릭스 펀드에 돈을 넣었지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수익률은 최대 ―80%까지 급락했다.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브릭스 펀드가 최근 부활하고 있다. 러시아 펀드의 26일 기준 한 달 수익률은 22.76%로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다. 같은 기간 브라질(5.84%) 중국(7.06%) 펀드의 수익률도 상당 부분 회복됐다. 인도 펀드는 1년 수익률이 ―42%이지만 최근 2주간 수익률은 7.1%를 나타냈다.

현대증권 최정원 연구원은 “일부 경제지표의 호전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확산됐고 통화량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원유나 원자재를 대량 보유한 자원부국 러시아와 브라질의 주가가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대규모 재정정책의 영향으로 글로벌 위기에도 불구하고 8%대의 성장세는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으며, 인도는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점차 줄어들어 증시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국가별로 환매전략 달리해야

전문가들은 같은 브릭스 국가라도 경제여건의 차이가 큰 만큼 투자 및 환매도 개별 국가의 상황을 봐가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은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경제회복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자금 사정이 급하지 않다면 장기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정원 연구원은 “4개 국가에 분산투자한 브릭스 펀드들이 최근 중국 주식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원유 가격이 본격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기 어렵고 러시아는 정치적인 불안 요인도 큰 만큼 러시아 펀드는 상승세를 이용해 적절히 환매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아웃소싱 서비스업이 주류인 인도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 본격화돼야 증시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적절한 환매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인도는 정부의 경기정책에 대한 불신과 재정적자 확대, 인플레 부담 등으로 상승세 지속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브라질은 러시아보다 원유 가격에 의존하는 비중이 낮고 금융시장도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어 장기 투자처로 매력이 있다는 의견과 환매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한편 과거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코스피가 19개월 만에 285%나 올랐다는 점에 착안해 신흥시장인 브릭스 펀드를 장기 보유하면 ‘대박’이 날 것이란 기대감으로 신규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김순영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면 선진국보다 신흥시장의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 시점에서 경제 회복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펀드에 적립식으로 들어가는 것도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