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택사업에 다걸기… 중견건설사의 총력전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에서 ‘우림 애플타운’을 분양할 예정인 우림건설은 분양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잠재적 수요층을 찾아다니는 맨투맨 마케팅 등 판촉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우림 애플타운의 공사 현장. 사진 제공 우림건설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에서 ‘우림 애플타운’을 분양할 예정인 우림건설은 분양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잠재적 수요층을 찾아다니는 맨투맨 마케팅 등 판촉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우림 애플타운의 공사 현장. 사진 제공 우림건설
카자흐-베트남 분양 앞두고 파격 마케팅

“실패땐 채권단 추가지원 장담 못할 상황”

지난해부터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 시에서 아파트 ‘하이빌 아스타나’를 분양하고 있는 동일하이빌은 최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아파트를 여러 채 사면 분양가의 5∼8%를 깎아주고 먼저 이 단지에 입주한 사람들이 같은 단지 내의 더 큰 아파트로 이사하면 추가 비용만 지불하게 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 아파트 단지 135채 중 절반 이상이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지에서 주택사업을 하고 있는 중견 건설사들이 최근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벌이며 분양률 높이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현지 주택시장이 위축되는 바람에 경기가 좋을 때 추진한 해외 주택사업이 중견 건설업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 파격 마케팅으로 분양률 높이기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에서 ‘우림 애플타운’ 693채를 5월에 분양할 예정인 우림건설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대상 고객층의 범위를 확대했다.

처음에는 카자흐스탄의 상위 5% 이내 계층을 대상으로 대형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초 상위 15% 이내 계층을 공략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를 위해 가장 작은 평형대인 108.39m²(32평)와 126.26m²(38평)를 각각 44채, 46채 늘렸다.

우림건설 관계자는 “한 채라도 더 팔기 위해 대상 고객층의 범위를 넓혔다”며 “공개 투자 및 분양 설명회는 물론이고 올해 초부터는 현지 직원들이 직접 잠재적 수요층을 찾아다니는 ‘맨투맨 마케팅’까지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베트남 호찌민 시에서 ‘블루밍 파크 2차’ 150채를 분양할 예정인 벽산건설은 베트남에선 처음으로 중도금 무이자 대출, 이자후불제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채권단과 주식시장 평가 악화

중견 건설사들이 해외 주택사업에 총력을 쏟는 가장 큰 이유는 해외 아파트 분양률이 채권단이나 주식시장의 평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 주택사업보다 위험 부담이 큰 해외 주택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채권단의 평가가 급격히 나빠지고 곧바로 회사의 자금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50위권 건설사인 A사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들은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해 해외 대형 사업에서 분양률이 떨어지면 실제로 회사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채권단의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 대상이 된 우림건설 측은 총 4조5000억 원이 투입된 카자흐스탄의 애플타운 사업이 성공해야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구민재 중앙아시아팀장은 “요즘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선 해외사업에 문제가 있는 중견 건설사들이 채권단의 지원을 계속 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구 팀장은 “대형 건설사들과 달리 중견 건설사들은 자체적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정부가 중견 건설사들의 해외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현지 정부와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