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광고 아냐? 외국풍 한국 광고!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번안 느낌’ 광고 유행… 외국인 모델로 외국서 촬영도

《‘그거 외국에서 만든 광고 아니었어?’ ‘모델만 한국사람 아닌가?’ 최근 ‘국적(國籍)’을 알기 어려운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나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이른바 ‘번안(adaptation)’ 광고도 함께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일관성 있는 광고물이나 아이디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같은 브랜드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본사에서 만든 ‘원본’에 한국어 더빙을 하거나 한국어 카피만 덧붙이는 사례가 많다.》

또 세계적으로 일관된 콘셉트의 광고에 모델만 현지인을 기용하는 사례도 있다. 화장품 브랜드 SKII의 일본 CF에 등장하는 영화배우 고유키(小雪)의 자리를 한국에서는 임수정이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대개 이런 광고에 따로 ‘원본’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마련이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이런 심리를 노린 ‘번안 느낌’의 광고도 생겨나고 있다. 한국 광고 대행사가 기획하고 촬영했지만 마치 외국 광고를 들여온 듯한 느낌을 줘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방식이다.

‘민석룩’이라는 카피로 회자되는 모토로라의 레이저 룩 CF도 소비자들이 ‘번안’ 광고로 오해하는 것 중 하나. ‘배기 스타일’ ‘프레피 룩’ ‘펑크 룩’ 등 광고에 등장한 모델들이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설명하는 가운데 한 모델이 ‘민석룩’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한다. ‘그게 뭔데’라고 묻는 디자이너에게 ‘내 이름이야’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독특한 형식의 이 광고는 광고 전문 포털 사이트에서 누리꾼 다운로드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제품인 만큼 외국 CF의 아이디어에 모델만 바꾼 것으로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많지만 사실은 국내 대행사인 금강오길비그룹에서 아이디어 기획과 제작을 도맡은 CF다. 이 회사가 만든 모토로라 ‘모토프리즘’과 ‘페블’ 광고는 아예 외국인 모델을 기용하고 호주와 미국에서 촬영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냈다.

모토프리즘 광고는 고층 건물 청소부가 유리창을 닦는 손동작을 따라 사무실 안쪽의 의자와 책상이 움직인다는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Touch outside, control inside’라는 유머러스한 카피가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이다.

광고대행사 TBWA가 만든 ‘리바이스 엔지니어드 진’과 ‘인피니티’ CF도 한국에서 기획, 제작했지만 외국 광고 느낌이 나도록 했다. ‘리바이스 엔지니어드 진’은 외국인 모델 2명이 서로의 어깨에 다리를 올리는 특이한 포즈로 눈길을 끌었다.

최근의 광고 경향에 대해 금강오길비그룹 김근호 국장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에게 ‘외국풍’의 세련된 브랜드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해외 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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