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텃밭’서 압박 무릅쓰고 노사화합 선언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뜻 모으고 ㈜NCC 윤영범 관리이사(오른쪽)와 김주석 노조 지회장이 지난해 6월 임금단체협상을 마치고 노사화합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NCC
뜻 모으고 ㈜NCC 윤영범 관리이사(오른쪽)와 김주석 노조 지회장이 지난해 6월 임금단체협상을 마치고 노사화합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NCC
㈜NCC 지회장 “반목-대립으론 희망없다”

민노총산하 사업장 울산선 처음으로 선포

노동운동의 중심지이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아성인 울산에서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이 처음으로 노사화합 선언식을 갖는다.

산업폐기물 소각 처리 및 매립, 음식물 자원화 시설운영 업체인 ㈜NCC(지회장 김주석)는 4일 “임금 동결 및 고용 유지를 골자로 하는 노사화합 공동선언식을 5일 오후 남구 용잠동 울산공장에서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업원이 100여 명인 NCC 지회는 ㈜NCC와 ㈜진양, ㈜NK 환경, ㈜네오엔, ㈜유창기업 등 5개 법인으로 이뤄졌으며 강성 노조인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소속이다.

전국적으로 노사화합 선언식이 연이어 열리고 있지만 민주노총의 텃밭인 울산에서 상급 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속 사업장이 노사화합 공동선언식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주석 NCC 지회장은 “경제위기로 지난해부터 공장 가동률이 50%대로 곤두박질치고 조업 중단은 물론 가동 중단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조합원들의 해고를 막을 방법은 이 길뿐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NCC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로 폐기물 물량이 감소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단가 하락 등으로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회장은 “조합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대부분 (노사화합선언의 필요성에) 동의해 줬다”며 “지금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어려움을 해결해야지 과거처럼 반목과 대립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NCC 노사는 노사화합 공동선언을 통해 인위적인 구조조정 및 인원 감축 대신 노조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고용안정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노사는 근로시간 단축, 임금 동결 및 인원 감축 회피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새로운 설비투자를 통해 일자리 안정은 물론 고용 창출 노력도 함께 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이미 경영진 및 임원·부서장의 임금 중 일부를 반납했으며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경영이 정상화될 경우 최우선으로 종업원들에게 성과를 배분할 계획이다.

김용수 NCC 관리부 차장은 “과거에는 노조가 민주노총 소속이라서 갈등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조가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노사 관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울산 지역은 현대자동차, 현대 미포조선 등 민주노총 소속 대형 사업장이 즐비한 곳으로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17대 총선 때는 북구에서 조승수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 당선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NCC의 노사화합 선언은 향후 다른 사업장의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울산지방노동청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노사화합 사례도 파장이 컸지만 이미 민주노총을 탈퇴한 곳이라 직접적인 영향은 별로 없었다”며 “하지만 NCC의 경우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 텃밭에서 노사화합 선언을 한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은 물론 지역 사업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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