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기업실적 읽을때 ‘환율착시’ 행간을 보자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한국 주가의 상대적 강세 배경에는 지난 4년간 줄곧 한국 주식을 팔아 온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이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사랑은 국내 기업에 대한 신뢰라는 본질적 이유도 있지만, 아무래도 환율이 적지 않은 촉매제가 되고 있다.

달러당 1400원 부근의 원화는 지난해까지 주식시장에서 바구니를 과감히 비운 외국인들을 다시 유턴시키기에 매력적인 환율 수준이다. 특히 경쟁국 통화에 비해 힘이 빠진 원화는 각박한 수출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가격우위를 지켜주는 버퍼로 작동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라면 같은 값의 대만, 일본 주식을 싱싱한 한국산 블루칩으로 바꾸는 매매를 해볼 만하다. 하지만 환율을 둘러싼 이런 이슈에는 몇 가지 짚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로 지금처럼 세계 수요가 급랭하는 때에는 환율 우위가 기업 실적에 계속 도움을 주기 어려울 수 있다. 전체 수요의 파이가 줄어드는 가운데 환율 약세국과 강세국의 경쟁력 차가 무한정 벌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8조 달러의 거대 미국 소비시장이 본격적으로 추락하는 올해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환율로 인한 가격경쟁력 효과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는 환율이 더 오르나 떨어지나 모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지금 환율은 미국의 신용경색과 외화 조달의 어려움, 그리고 경상수지 악화를 모두 반영한 시세다. 원화가 여기서 더 튄다면 그것은 은행과 기업의 달러수급 악화를 뜻하므로 그런 상황에서는 주가가 크게 뜨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로 표시된 주가의 매력이 줄어 외국인은 한발 물러서거나 환차익 실현의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셋째로 올해 들어 현재까지 원-달러 환율이 이미 10% 정도 상승(원화가치는 하락)했지만 만약 올해 말 환율을 지금보다 낮게 본다면 원화로 표시된 기업이익의 개선 효능은 기껏해야 상반기가 피크일 공산이 크다. 수입 둔화로 추후 무역수지의 개선 가능성이 높고 지난해 509억 달러의 자본수지 적자 이후 통화스와프란 안전장치까지 충전된 상태에서 올해 또 대규모 외화가 빠져나갈 가능성은 적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미 금융시장이 어려운 고비를 한풀 넘기면 미 달러화도 약세로 기울 것이다.

요컨대 당분간은 세계경기 축소로 인해 오직 환율에만 기댄 머니게임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가장 원초적인 시장 매력도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고 주가가 계속 오르려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좀 더 줄어야 한다. 그 전까지는 여전히 깐깐한 기준으로 시장을 재는 절제가 필요할 듯하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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