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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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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산성-고성장은 영상-통신장비 1개뿐
녹색성장 분야 등 신기술로 돌파구 찾아야
2000년대 들어 한국 제조업은 7%대의 연평균 노동생산성 및 산출량 증가율을 보여 외견상 탄탄한 성장을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노동 투입이 정체된 상태에서 ‘저고용 성장’이 진행되고 있고, 대부분 제조업종의 생산성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질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한국생산성본부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산출량을 늘리거나 노동 투입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며 “노동 투입을 줄이면 결국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노동 투입을 늘리면서 노동생산성도 함께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급감하는 노동 투입
동아일보 산업부가 한국생산성본부와 함께 2000∼2007년 22개 제조업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노동 투입 증가율은 0.1%에 그쳤다. 이 가운데 가죽, 가방, 신발 업종은 11.8%, 섬유 업종은 8.7%나 노동 투입이 줄었다.
22개 제조업 중 노동 투입을 늘린 곳은 10개 업종에 불과했고, 5% 이상 늘린 곳은 전무했다. 다른 제조업의 기초가 되고 고용 파급 효과가 큰 기계, 철강, 자동차 등도 1.9∼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공장을 해외로 옮기면서 국내 고용을 줄인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이근희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소극적인 방법보다 산출량을 늘리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고용과 생산성을 모두 늘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19개 업종이 분석 대상 전체의 평균치보다 낮은 생산성 및 성장 증가율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특히 가구 업종은 노동생산성과 성장 모두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 가죽, 가방 및 신발은 성장이, 조립금속은 생산성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나타냈다. 그만큼 해당 산업의 활력과 성장 잠재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 미래 성장동력의 부재
22개 제조업 중 생산성과 성장 2개 기준 모두에서 평균치를 넘은 업종은 반도체, 휴대전화, 방송 관련 시설 등을 아우르는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1개뿐이었다.
이처럼 정보기술 분야 이외에는 활발한 생산성과 성장을 수반하며 제조업 전체 성장을 이끌 대표업종이 보이지 않는다. 굳이 꼽자면 성장 증가율이 평균보다 밑돌지만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평균을 넘는 △사무, 계산 및 회계용 기계 △의복 및 모피 등 2개 업종을 그나마 대표 업종 후보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중 의복 및 모피는 저고용으로 인한 성장의 대표적인 예다. 2000∼2007년 산출량은 연평균 2.6% 늘었지만 노동 투입은 6.6% 줄었다. 이 때문에 10.3%라는 높은 생산성 증가율을 보일 수 있었다.
○ 종합 처방은 ‘혁신’
한국생산성본부는 제조 공정 혹은 제품 자체의 ‘혁신’을 생산성 향상의 키워드로 꼽았다.
미국이 1990년대 신경제를 바탕으로 장기 호황을 보였을 때가 ‘정보통신 혁신’이 일어난 때다. 1인당 산출량을 크게 늘리면서 생산성도 비례해 뛰었다.
2007년 한 해만 놓고 보면 화학섬유, 합성고무, 벤젠 등을 생산하는 ‘화합물 및 화학’은 고생산성, 고성장으로 분류됐다. 화학 분야는 신(新)기술이 한 번 개발되면 부가가치를 폭발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황윤진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팀 박사는 “화학 기술이 점차 복합화, 융합화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공정 합리화와 기술개발 혁신에 주력한다면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는 ‘녹색 혁신’을 주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익균 한국생산성본부 생산성연구소장은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이산화탄소 감축을 외치면서 관련 신기술을 개발해 세계 경제의 틀을 새로 짜고 있다”며 “녹색성장 분야에 신기술이 쌓이면서 향후 생산성 향상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