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제2 리먼쇼크’ 아슬아슬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미국의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과 각국의 유동성 공급으로 한동안 안정을 되찾았던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도이체은행 등 주요 금융사들이 경영실적 악화로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잇따르면서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파산을 신청하거나 감원을 발표하는 기업들의 행렬도 이어지면서 실물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BoA-씨티그룹 실적 곤두박질… 도이체은행 최대 손실

북미기업들 줄줄이 파산보호 신청… 감원발표 잇달아



○ 확산되는 금융시장 불안

월가를 대표하는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은 주식영업 부문인 스미스바니를 사실상 매각하는 등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이 증폭되면서 14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23.2%나 폭락했다.

지난해 11월 위기에 몰려 정부의 지원을 받았던 씨티그룹은 경영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어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16일 발표될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도 대규모 적자가 전망되고 있어 다섯 분기 연속 손실이 예상된다.

메릴린치를 인수한 BoA는 정부로부터 추가 자금 지원을 받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미 250억 달러의 자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BoA는 메릴린치의 4분기 손실이 예상보다 커 인수절차를 마무리 짓지 못할 수 있다며 미 재무부에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재무부는 BoA의 메릴린치 인수가 무산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은행은 14일 금융위기 여파로 작년 4분기에 48억 유로(약 63억 달러)의 순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손실이다.

유럽 최대 은행인 HSBC홀딩스도 200억∼30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며 배당금도 절반으로 줄여야 할 것이라고 모건스탠리가 전망했다. 미국 대형은행인 웰스파고도 10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며 배당금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 기업 파산과 감원도 잇따라

경기침체 여파로 미국 캐나다 등 북미 기업들의 파산보호 신청도 이어지고 있다.

북미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노텔네트웍스는 판매부진과 신용경색에 따른 자금난 등으로 14일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노텔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63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텔은 유럽 법원에도 파산보호 신청을 할 예정이지만 한국의 LG-노텔 등 아시아와 중남미의 현지 법인이나 제휴사는 파산보호 신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 캘리포니아 소재 백화점 체인인 고촉스도 이날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상장회사 중 파산보호 또는 파산 신청을 한 기업은 136개에 달해 전년보다 74% 증가했다.

기업들의 감원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통신장비업체 모토로라는 비용 절감을 위해 4000명가량을 추가 감원하겠다고 14일 밝혔다. 모토로라는 지난해 10월에도 3000명 규모의 인력삭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대형 출판업체 랜덤하우스도 구체적인 감원 규모는 밝히지 않은 채 산하 2개 사업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추가 감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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