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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월 9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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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앵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자동차회사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출을 줄이면서 새 차를 사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김현수 앵커) 세계 1위의 자동차회사인 도요타 자동차는 사상 유례 없는 가동 중단을 발표했고, 우리나라의 쌍용 자동차는 대규모 감원을 포함한 구조조정방안까지 마련했다고 합니다. 산업부에서 자동차를 담당하고 있는 석동빈 차장과 함께, 자동차업계의 최근 동향을 알아보겠습니다.
(박 앵커) 석 차장, 요즘 자동차 업계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던데, 구체적인 상황은 어떤가요?
석동빈)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인 HMA는 지난달 현대차 판매대수가 2만4037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차들도 예외가 아닌데요, 도요타는 미국시장에서 16% 감소한 222만 대를 판 것으로 집계됐고 혼다는 8.2%, 닛산은 11% 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1위 업체인 GM은 23% 감소했고,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각각 21%와 30%씩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은 연간 1500만대가 팔리는 단일규모의 최대 자동차시장이어서 미국 판매는 자동차회사에게는 가장 큰 관심거립니다.
(김현수 앵커) 이런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현대차가 이색적인 마케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던데, 어떤 내용인가요?
석동빈) 현대차는 미국에서 구매 이후에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보장서비스 '어슈어런스'를 시작했습니다.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은 자동차를 산 뒤에 1년 안에 실직 당했거나 건강상의 문제로 자동차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고객들로부터 자동차를 되사주는 제도입니다.
할부금, 리스료를 잘 내던 고객이 갑작스런 어려움을 당했을 때 할부나 리스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차를 반납 받아 주는 정책입니다.
다만 고객이 납부해야 할 할부잔금과 회사가 되돌려 받는 중고차 잔존가치의 차이가 7500달러(약 975만 원) 이내여야 하고 실직, 신체장애, 질병 등에 따른 운전면허 정지, 국외 전근, 사고사 등 증명 가능한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현대차 미국법인이 고안을 한 이 판매프로그램은 모든 자동차회사들 중에서 처음입니다. 지난 3일부터 미국에서 광고를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판매로 연결된 수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단 반응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광고가 나간 직후 현대차 인터넷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평소의 네 배가 될 정도로 관심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했습니다.
(박제균 앵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도 어렵긴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도입되는 건가요?
석동빈) 아쉽게도 아직은 그런 소식이 없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왜 미국에서만 소비자에게 유리한 마케팅을 펼치느냐고 항의를 하기도 하는데요, 아무래도 시장논리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미국은 연간 1500만대가 팔리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입니다. 반면 한국은 100만대 정도에 불과합니다.
큰 시장에서 많이 팔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더 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겠죠.
또 다른 예로 현대차는 1998년부터 새 차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10년 16만km의 보증수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현수 앵커) 한국의 2배가 넘는 보증수리 서비스인 것 같은데 국내 소비자들은 아무래도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겠네요.
석동빈) 사실 국내 소비자가 불만을 가지는 것은 정상입니다. 최근 원화가치가 많이 떨어져서 격차가 좁혀졌다고는 하지만 차 가격도 한국보다 미국이 더 싸고 무상 보증수리 기간도 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 소비자가 차별을 받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일부분 이해가 되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독일이나 일본 자동차회사들도 자국보다는 미국 시장에 싸게 자동차를 내놓고 있고 서비스프로그램도 좋은 편입니다. 미국에서 팔리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고급 독일산 자동차가 독일로 역수입되기도 하니까요.
문제는 시장규모와 독과점 여부인데요, 시장규모에서 일단 한국이 미국이 15분의 1에 불과해 구매력이 약한 측면이 있고, 현대기아차가 국내 전체 자동차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독과점이어서 경쟁이 덜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에게 신경을 적게 쓰게 되는 것입니다.
어쨌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현대·기아자동차가 홈그라운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고, 소비자 단체나 언론 등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박제균 앵커) 석 차장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