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민간 속성경매’ 뜬다

  • 입력 2009년 1월 8일 22시 50분


지난해 4월부터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아파트(전용면적 114㎡)를 팔려고 했던 김 모 씨는 최근 이 아파트를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이 주관하는 '민간 속성 경매'에 내놓았다. 민간 속성 경매는 감정가를 산출하는 과정 없이 집 주인이 직접 최저가격을 제시해 집을 빨리 팔 수 있게 한 제도다. 김 씨가 제시한 최저가격은 6억 2000만 원으로 시세보다 1억 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김 씨는 "집을 한 채 더 마련하려고 대출을 받아 지난해 2월 이 아파트를 샀는데 대출이자 부담이 너무 컸다"며 "두 달 뒤 집을 내놓았지만 여태 팔리지 않아 속성 경매에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경매 시장에 아파트를 빨리 팔기 위한 '속성 경매'가 등장했다. 민간 경매는 법원이 아닌 부동산경매정보업체가 주관하는 것으로 부동산 소유자가 전문업체에 물건을 위탁해 경쟁 매매로 매각하는 방식이다. 민간 속성 경매는 민간 경매에서 부동산 가격을 감정하는 과정을 생략했다. 최저가를 시세보다 높게 제시한 아파트는 걸러낸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부동산 거래가 침체되면서 일반 시장에서 아파트가 잘 팔리지 않자 최대한 빨리 매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끝에 속성 경매를 만들었다"며 "지난달 15일부터 접수를 받았는데 보름 남짓한 기간에 80여 건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 이자 부담이 크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 하는데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안 팔려 다급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달 15일 실시하는 속성 경매에 나온 매물은 모두 10채. 이 중 4채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경기 용인시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에 있다. 최저가는 시세보다 적게는 2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싸다.

용인시 기흥구 언남동 아파트(144㎡)의 최저가는 4억 3000만 원으로 시세보다 1억 원이나 쌌다. 강남구 논현동 아파트(85㎡)의 최저가도 시세보다 2500만 원 가량 낮은 6억8000만 원이다.

은평구 신사동의 아파트(83㎡·최저가 2억5000만 원)는 부동산중개업소의 권유로 이번 경매에 나왔다. S중개업소 측은 "집 주인이 이민 갈 예정이어서 지난해 10월 매물로 내놓았지만 3개월여 동안 매수문의가 전혀 없었다"며 "단골손님이라 꼭 팔아주고 싶은데 팔리지 않는 물건을 쥐고 있을 수만은 없어 속성 경매를 권했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경기 침체로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집이 팔리지 않아 속앓이를 하는 집 주인들이 많은 만큼 속성 경매를 통해서라도 집을 팔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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