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폭락은 ‘재산상속의 기회’

  • 입력 2009년 1월 2일 02시 59분


지난해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주식을 증여하거나 상속한 대주주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폭락으로 증여세나 상속세가 크게 줄자 주식을 친인척 등에게 넘기는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1일 재계정보사이트 재벌닷컴이 상장사 대주주 및 친인척 4651명의 지난해 지분 변동 내용을 조사한 결과 연초보다 회사 지분이 증가한 사람은 758명으로 2007년의 472명에 비해 60% 늘었다. 특히 이들 중 주식을 증여 혹은 상속받은 사람은 103명으로 전년(63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증여 혹은 상속받은 주식의 가치가 해당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해 1억 원이 넘은 사람도 전년(34명)의 배에 가까운 56명이나 됐다. 10억 원 이상은 11명, 100억 원 이상은 3명이다.

증여금액이 가장 많았던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보유 중이던 자사 주식 897만6000주를 지난해 12월 초 두 아들에게 절반씩 증여했다. 증여 당시 종가 기준으로는 약 74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대표가 2007년 12월에 같은 물량을 증여했다면 증여액은 2000억 원을 넘어선다. 주가 하락으로 증여세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된 것.

한편 이번 조사에서 1억 원 이상 증여나 상속받은 사람 수는 크게 늘었지만 이들이 증여받거나 상속받은 주식 가치의 총계는 1165억 원으로 전년의 4800억 원에 비해 25%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대규모 증여나 상속이 없었기도 했지만 지난해 증시가 폭락하면서 증여나 상속받은 주식의 가치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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