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회생-퇴출 기준 마련하겠다”

  • 입력 2008년 12월 24일 02시 59분


■ 김종창 금감원장 “건설-조선 구조조정 추진”

대주단 가입한 회사도 다시 평가하기로

업계 “올 것이 왔다” 긴장… 관련株 폭락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23일 건설업 및 중소 조선업의 신용위험평가 태스크포스(TF)를 만들겠다고 밝힌 데는 금융당국이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기존의 주채권은행 중심 시스템으로는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원장은 “기존 대주단과 채권단의 평가는 지원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하기에는 미흡했다”며 “TF에서 산업별 전망을 포함한 기준을 제시해 다시 평가를 하고 살릴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확실히 구분하겠다”고 말했다.

취약 업종인 건설업체와 중소 조선업체에 대해 정리할 곳은 확실하게 정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 신용도 4가지 등급으로 구분

김 원장은 “연말까지 각 TF에서 업종 특성을 반영한 신용위험평가의 기준과 세부 절차를 마련하겠다”며 “내년 초부터는 바로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대상 업종은 수출 선박을 건조하는 26개 중소 조선사 가운데 자금난을 겪는 곳과 금융권의 신용 공여액이 500억 원 이상인 건설사다. 특히 이미 대주단 협약에 가입한 건설사까지 다시 평가를 받아 구조조정 여부가 결정된다.

TF에서 가이드라인을 확정하면 주채권 은행은 이에 따라 해당 기업에 대해 정상(A), 일시적 유동성 부족(B), 부실 징후(C), 부실(D) 등 신용위험평가를 하고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에 나서게 된다.

○ 패스트트랙 대상 조선사도 재평가

이날 금감원의 구조조정 방안 발표에 건설업계와 중소 조선업계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건설업종의 주가는 이날 일제히 폭락했다.

대주단에 가입한 한 건설사 임원은 “대주단에서 최근 미분양 현황을 파악하는 등 회사 현황을 조사했다”며 “이번 금감원 조치로 구조조정 시기도 빨라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한 중소 조선소 관계자는 “드디어 올 게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동안 은행에서 선수환급보증서(RG)를 발급해 주지 않아서 중소 조선업체가 더 힘들었는데 지원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살생부만 만들려고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 원장은 자동차와 반도체 업종에 대해선 “이들 업종은 구조조정을 할 단계는 아니지만 자금난이나 부실 등 문제가 깊어지면 개별 기업 중심으로 금융 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TF는 22일 바로 설치하고 연말까지 업종별 신용평가를 위한 기준 및 세부 절차를 마련하겠다”며 “구체적인 신용평가를 비롯한 구조조정은 내년 초부터 바로 시작하겠다”고 설명했다.

주채권은행이 중심이 되는 대주단 및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으로는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더욱 명확하게 퇴출 기업을 가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한 것.

김 원장은 “TF에서 마련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주채권은행은 해당 기업의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하고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먼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거나 경영악화가 예상되는 업체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특히 “대주단 협약에 가입한 건설사나 패스트트랙 대상 중소 조선사도 재평가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대주단이나 패스트트랙에 가입했더라도 만기 연장이나 신규 자금 지원을 무조건 해주는 게 아니라 재평가에서 부실 판정을 받으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오늘의 동아일보 주요뉴스 ]

▶ 부실 건설 - 조선업체 새해초부터 퇴출 착수

▶ ‘중동 경제의 꽃’마저 시들… 흔들리는 두바이

▶ 中 상하이車, 쌍용車서 철수 검토

▶ 경매로 신혼집 마련해볼까…3회이상 유찰 ‘반값 아파트’ 속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