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62% “한달 벌이가 최저생계비도 안된다”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무너지는 자영업자들 본보 519명 긴급설문

“외환위기때보다 영업환경 더 힘들다” 75%

“美금융위기 후 매출 40%이상 감소” 31%

“종업원 이미 줄였거나 더 줄일 계획” 60%

“전국 평균소득 보장땐 직업 바꿀것” 81%

경기침체의 충격을 가장 먼저 받는 계층은 자영업자다.

한국의 자영업자 중에는 외환위기 이후 직장에서 퇴출된 후 하는 수 없이 자영업에 나선 경우가 많다. 이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또다시 폐업하거나 경영난으로 종업원을 줄이고 있다. 서민경제가 몰락 위기에 처한 것.

동아일보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의 공동 설문조사 결과는 자영업자로 대표되는 중산·서민층이 경기 불황의 그늘 속에서 또다시 붕괴 위험에 몰리고 있는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 꽃가게-안경점-제과업 타격 커

장사꾼들은 원래 ‘죽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하지만 자영업자들이 말하는 체감경기는 ‘엄살’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번 조사에서 적자 또는 4인 가구 최저 생계비(127만 원)에 못 미치는 돈을 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과반수의 자영업자가 모아둔 돈이 없다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기조차 힘들어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한 달에 346만5000원(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소득·통계청 조사)을 받으면 폐업하고 취업하겠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8명(81.3%)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업종별로는 꽃가게(66.7%) 안경점(66.7%) 제과업(60.0%) 종사자들 가운데 “현재 적자 상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상대적으로 세탁업(14.3%)과 자동차정비업(14.3%)에서 “적자” 응답이 적었다. 300만 원 이상을 번다는 사람들은 주유소업(33.3%)에서 가장 많았다.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특히 9월 중순 미국발 금융위기가 촉발된 이후 급속히 떨어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응답자들의 74.9%는 소득 등을 고려한 최근의 영업환경이 1997∼98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매우 힘들거나(49.7%) 약간 더 힘들다(25.2%)고 대답했다.

본보가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교차확인하기 위해 한국음식업중앙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세탁업중앙회, 화원협회, 대한안경사협회에 직접 의뢰해 24∼26일 협회 소속 자영업자 88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도 이와 거의 비슷했다. 외환위기 당시보다 영업 환경이 더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은 전체의 89.8%였다.

○ “1년 안에 가게 접겠다” 48.6%

소득이 줄고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1년 안에 가게 문을 닫을 생각을 하는 자영업자가 48.6%에 이르렀다. 응답자의 60%는 종업원을 줄였거나, 줄일 생각이 있다고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평균 자영업자 수는 594만500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만2000명 줄어 2003년 상반기 이후 처음으로 자영업자 수가 60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경기 한파’가 곧 끝날 것이라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영업 사정이 내년 안에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전체의 35.6%로, 회복 시기를 내후년 이후로 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정부 역시 내년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좋지 않을 것에 대비해 소상공인정책자금 규모를 올해 2875억 원에서 내년 4000억 원으로 늘렸다. 전문가들은 자금 지원도 필요하지만 자영업자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상시적인 관리 및 경영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 어떻게 조사했나

자영업자 설문 조사는 지난달 25∼27일 전국의 음식업, 슈퍼마켓, 이·미용업 등 14개 업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남성 261명, 여성 258명 등 총 519명이 응답했다. 연령은 △20, 30대 294명 △40대 157명 △50대 이상 68명, 자영업 종사 연수는 △5년 이하 281명 △5년 초과∼10년 이하 147명 △10년 초과∼20년 이하 77명 △20년 초과 14명이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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