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中企 ‘찰떡궁합’ 불황 뚫는다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3시 03분


《중소 통신장비업체인 GS인스트루먼트는 최근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통신용 네트워크 계측기 개발에 성공했다. 네트워크 계측기는 통신신호를 분석하는 장비로 그동안 국내에서는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등 외국 회사 제품을 썼다. 이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SK텔레콤의 도움이 컸다. 2004년 개발 당시부터 SK텔레콤 품질보증팀과 연구소 등이 제품 설계에 참여하는 등 노하우를 제공했고 시험 장비도 무료로 빌려줬다. 》

SKT + GS인스트루먼트, 통신계측기 개발 성공

삼성전자 + 에이테크, LCDTV 첨단금형 탄생

권영갑 GS인스트루먼트 상무는 “SK텔레콤의 협력업체들은 외국산 장비보다 30% 싼 가격에 네트워크 계측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됐고, 우리 회사는 글로벌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며 “SK텔레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불황 극복을 위한 ‘상생(相生)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협력업체가 살아야 대기업도 산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납품단가 지급 조건 개선뿐 아니라 공동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출시 7개월 만에 판매 대수 200만 대를 돌파한 삼성전자의 액정표시화면(LCD) TV인 ‘크리스털 로즈’는 금형업체인 에이테크솔루션과의 ‘찰떡궁합’ 속에서 탄생했다.

경기 화성시에 있는 이 회사는 2006년부터 크리스털 로즈 개발 아이디어를 접하고 금형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한 대에 15억 원에 이르는 금형가공설비 10여 대를 공짜로 지원했고, 에이테크솔루션은 매출의 10% 이상을 제품 개발에 투입해 금형을 개발했다.

그 덕분에 에이테크솔루션은 불경기로 감산(減産)에 돌입하는 인근 다른 공장과 달리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에 자리한 전기장판 제조업체인 보국전자는 대형할인점 홈플러스와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8년 당시 직원 6명인 회사에 그쳤던 보국전자와 대구와 부산에 점포 2개만 있는 업계 12위의 신생 할인점인 홈플러스는 의기투합했다. 홈플러스는 ‘글로벌 소싱’을 보국전자에 맡겼고, 보국전자는 중국과 러시아 등지로 나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가전제품을 발굴했다. 보국전자는 1997년 매출 30억 원을 올렸고 올해 매출은 200억 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금 융통이 어려운 협력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자금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LG전자 등 LG그룹 주요 6개 계열사는 내년부터 1700여 개 협력업체와의 거래대금을 어음이 아닌 현금, 수표, 기업구매전용카드로 결제하고 협력업체에 저리(低利)로 자금을 빌려주는 상생펀드 규모를 현재 1750억 원에서 3430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포스코는 회사 측이 2000억 원을 대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500억 원을 출연해 3000억 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했다. 상생펀드 전체 규모는 4000억 원으로 늘었다. 협력업체는 시중금리보다 1.5%포인트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기업은행과 함께 1000억 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만들어 협력업체가 시중금리보다 1.3%포인트 싸게 돈을 빌려 쓸 수 있게 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등 5개 계열사와 거래하는 1760개 협력업체에 대해 납품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결제하기로 했고, GS칼텍스는 협력업체들에 대한 현금 결제를 지난해(5100억 원)와 비슷한 규모로 할 계획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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