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구조조정 시작됐다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7분


명퇴 실시… 출장 횟수 줄이고 영업차량까지 없애

미래에셋, 통폐합 통해 점포수 152개→132개로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하나대투증권 본사는 오전부터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지난주부터 지원자를 받기 시작한 ‘희망퇴직자’ 명단이 이날 발표된 것. 장기 근속자 170명이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이상 근무한 경우 현재 월평균 급여 18개월 치를 퇴직금으로 받는 등 근속 기간에 따라 퇴직금이 달라진다. 또 본인이 원하면 영업점의 계약직 투자상담사로 15개월간 활동할 수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한 직원은 “능력과 상관없이 많은 선배가 회사를 그만두게 돼 직원 사기가 저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은행에 입점한 소규모 점포인 BIB(branch in branch) 24개를 인근 점포로 통합하거나 없애고, 지점장에게 리스 형식으로 지급되던 영업용 차량도 없애기로 했다.

지난해 강세장에서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려 온 증권사들이 최근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점포 20개를 통폐합해 점포 수를 152개에서 132개로 줄일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미래에셋 측은 “지점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인근 대형 점포와의 통폐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27일까지 통폐합 절차가 완료되며 고객 계좌는 통합 점포로 자동 이전된다.

현재 점포 수가 166개로 가장 많은 동양종금증권도 2개 점포를 인근 대형 점포로 통합한 데 이어 다음 달 대치역지점을 대치본부점과 통합할 예정이다. 이 밖에 ‘엘리베이터 사용 줄이기’ ‘점심시간에 컴퓨터 끄기’ 등 사소한 비용의 지출을 막기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도 적자를 내고 있는 3개 점포를 인근 대형 점포로 통합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달부터 임원진 연봉도 10% 줄였다. 또 우리금융그룹 전체에서 해외 출장, 워크숍 등을 줄인다는 방침에 따라 다음 달로 예정된 혁신활동사례발표 워크숍 참여 인원도 200여 명에서 임원진 30∼40명만 참가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국내의 한 증권사 직원 최모(28) 씨는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일부 증권사 이야기가 퍼지면서 동료들 사이에 ‘우리도 곧 잘리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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