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부동산 이삭줍기’ 나선다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7분


지방 아파트-상가 30∼50% 할인가격에 수백채씩 거래 진행

日-유럽계 자금들 강남빌딩 매수문의 늘어

“영호남은 바닥권” 땡처리 업체 몰려들기도

현금 확보를 위해 최근 서울 지하철2호선 교대역 인근의 빌딩을 매물로 내놓은 우림건설은 한 중견 건설업체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주로 관급공사 위주로만 사업을 벌여온 이 업체는 다른 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금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건물매각 주관사인 F에셋의 한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 입성을 노렸던 회사들에는 지금이 사옥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전했다.

최근 국내 부동산 가격이 20∼30% 이상 떨어지면서 부동산시장의 일부 ‘큰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로 원화가치 하락으로 투자 여력이 생긴 일본 및 유럽계 자금들과 환헤지 상품에 가입하지 않아 오히려 환차익을 낸 일부 국내 수출업체들.

하지만 추가 하락을 기다리자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아 본격적인 ‘부동산 이삭줍기’ 시즌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 급매물 흥정 시작되나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격이 급락한 국내 부동산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미국계 자금의 D캐피털은 현재 국내에 약 3000억 원의 자금을 들여와 대구의 M쇼핑몰을 인수한 데 이어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매물로 나온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쇼핑몰도 사들였다. 현재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신성건설의 사옥도 국내 업체 두 곳과 일본 미국 등 해외 업체 3곳에서 매입의향서를 낸 상태.

일부 부동산 ‘땡처리’ 업체들도 영호남권의 아파트 가격이 바닥에 근접했다고 판단하고 상가는 최소 50%, 아파트는 30%부터 할인된 가격으로 수십∼수백 채씩 거래를 진행 중이다.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의 최종만 부사장은 “최근 사정이 어려운 건설사들로부터 사업성이 있는 토지 5곳과 골프장 등을 사들였다”며 “주로 골프장과 레미콘, 시멘트업체 등에서 자산인수 제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고(高) 등으로 부동산 매입 여력이 늘어난 일부 일본계 자금이 국내 부동산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피해가 적은 독일의 도이체은행과 기존에 조성된 메릴린치의 펀드도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도우씨엔씨의 손상준 사장은 “서울 강남권에 20년 이상 건물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도 사실상 건물에 대한 투자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최소 수천만 원에 이르는 월 임대료를 가지고 소규모 빌딩 매입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금 더 기다리자”

하지만 여전히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관망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유럽계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등의 부동산 가격도 크게 떨어진 만큼 글로벌 자금은 여전히 한국 부동산시장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실자산 매입을 추진 중인 한미파슨스의 한 임원은 “대주단 지원으로 건설사의 구조조정이 연기될 수 있어 급매물 출시가 지연되고 있지만 머지않아 본격적인 부동산 이삭줍기 시즌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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