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금융위기, 석학에 묻다 <4·끝>

  • 입력 2008년 11월 8일 03시 01분


‘미스터 IPO’ 제이 리터 플로리다대 교수

약세장서 기업공개는 ‘자금난 심각’공개하는 셈

“글로벌 IPO 시장 급속 위축

다른수단 통해 자금조달하고

상황호전되길 바라는게 상책

5년연속 영업적자 퇴출 규정

산업별 특성 고려 ‘열외’ 필요

해외상장, 현재상황선 부적절”

《최근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전해드리기 위해 동아일보·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 KAIST 금융전문대학원(금융MBA스쿨)이 공동으로 기획한 금융 석학 인터뷰가 이번 제이 리터 플로리다대 교수 편을 끝으로 마무리됩니다.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공개(IPO) 시장 역시 상당기간 침체가 불가피합니다. 약세장에서 IPO를 실시할 경우 투자자들은 그 회사가 절망적 상황에 빠져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므로 다른 수단을 통해 일정 부분의 자금만 조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업공개 및 주식공모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미스터(Mr.) IPO’로 불리는 제이 리터 플로리다대 교수는 한국 기업들에 이 같은 충고를 던졌다. 현 상황에서 IPO를 강행할 경우 대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채권 발행 같은 다른 수단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IPO 시장도 급속히 위축됐다. 이 상황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가. 한국에서도 주식시장의 침체로 공모 계획 자체를 취소하는 기업이 많다.

“현재 세계 IPO 시장 규모는 2003년 상반기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는 불과 39개 기업만이 IPO를 실시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올해 미국 내 IPO 시장 규모는 1979년 이후 30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국채와 투자부적격 채권의 금리 격차를 의미하는 세계 신용 스프레드 또한 지난 한 해 동안 크게 벌어져 1989∼1990년과 비슷해졌다.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직전인 2007년 초만 해도 신용 스프레드가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다만 벤처캐피털과 비공개 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은 아직 많은 투자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성장성이 높은 회사들에 대한 비공개 기업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

약세장에서 기업이 직접 자금 조달을 실시할 경우 투자자들은 그 회사가 대출이 불가능한 절망적 상황에 빠져 있다고 판단하기 쉽다. 회사가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왜 이런 어려운 시점에 자금을 조달하려고 하는지를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IPO 이외에 다른 수단을 통해 일정 자금을 조달하고 회사와 금융시장 모두를 위해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한국 금융당국은 내년 2월부터 5년 연속 영업 적자를 낸 기업을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한국 금융당국의 이 조치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나스닥 역시 5년 연속 수익을 내지 못한 기업이나 상장기업의 주가가 1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그 기업을 퇴출시킨다. 다만 예외 조항도 필요하다. 산업별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생명공학 회사는 상장 후 5년 이상은 대부분 흑자를 내지 못한다. 또 직전 연도의 매출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라면 이 또한 고려의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한국 기업의 지난해 매출 규모가 200억 원 이상이라면 설사 오랫동안 적자를 냈다 해도 그 기업이 탄탄한 운영 역량을 가지고 있고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외국 주식시장 상장을 시도하는 한국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들의 해외 상장 노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신규 투자자 유치 등을 비롯한 해외 상장의 이점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해외 상장으로 인한 비용 또한 크기 때문에 모든 기업에 적합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때 많은 미국 기업이 일본 시장에 상장했지만 이 기업들의 주식을 매입하는 일본 투자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중 상당수 기업이 철수한 상태다. 게다가 기관투자가들이 자국 내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방법 역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현재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해외 상장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제이 리터 교수는…

제이 리터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 스쿨, 미시간대, 일리노이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을 거쳐 1996년부터 플로리다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기업공모에 관한 수많은 논문 발표와 우수한 연구 성과로 ‘미스터(Mr.) IPO’라는 별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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