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재계 파워엘리트]공기업 CEO

  • 입력 2008년 11월 6일 02시 58분


‘공공부문 대수술’ 이끄는 선진화 기수들

《“공공부문 선진화는 더는 늦출 수 없으며 국민 대다수도 개혁과 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7월 11일 열린 18대 국회 개원식 축하연설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처럼 새 정부 출범 후 새로 임명된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선진화를 통해 경영효율을 극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에너지 무역 사회간접자본(SOC) 등 주요 경제 분야 공기업의 중요성이 크다. 에너지·자원 공기업 사장은 해외 자원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또 정부가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경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수출 촉진에 박차를 가하고 ‘수출 총력 대응 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무역 관련 공기업 사장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새로 임명된 경제 분야 공기업 사장에는 민간기업의 CEO나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 많이 눈에 띈다. 관련 공기업 내부에서 강력한 ‘혁신’ 작업도 예고되고 있다.》

■에너지

해외자원 개발… 글로벌기업 도약 주도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사령탑을 맡은 김쌍수 사장은 ‘혁신 전도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LG전자 재직시절 국내에서 처음으로 6시그마를 도입해 생산현장의 혁신활동을 주도했고 외환위기 때는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백색가전 부문을 접어야 한다’는 외부 평가에도 불구하고 원가 절감과 프리미엄급 제품 개발에 매진해 LG의 가전사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한전 사장 취임 일성(一聲)으로 한전의 낡은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위대한 회사(great company)’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자회사 사장 10명 가운데 교체 대상인 7명을 민간 또는 관료 출신 에너지 전문가로 바꾸는 등 혁신활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에너지업계에서 ‘경영능력을 갖춘 지질전문가’라는 평을 듣는다. 서울대 지질학과를 나와 캐나다 달하우지대에서 경제지질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자원개발에서 상무와 전무, 부사장 등을 지냈으며 고려대에서 광상학(鑛床學)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가스공사를 해외 자원개발에 참여시켜 ‘천연가스 분야에서 일관체제를 갖춘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육성해야 하는 임무를 안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지낸 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석유공사 대형화를 통해 ‘해외 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육성하는 책임을 맡았다. 대우인터내셔널 부사장 시절부터 방글라데시와 아르헨티나, 미얀마 사업 관련 조직을 이끌면서 자원개발 및 투자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자원개발 분야에서 강 사장의 폭넓은 해외 인맥이 석유공사 대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신종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은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에서 원자력발전과장, 에너지산업심의관, 전기위원회 사무국장, 자원정책실장 등을 지낸 정통 에너지 관료 출신. 해외 광물자원 개발을 확대하기 위해 광진공의 법정 자본금을 현행 6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늘리고 국내 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광물의 자주개발률을 대폭 끌어올려야 하는 책무가 주어졌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최근 ‘아프리카 자원의 보고(寶庫)’로 불리는 마다가스카르와 포괄적 자원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글로벌 행보를 하고 있다.

또 8월 말 간부직의 93%를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실시한 데 이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대한광업진흥공사법 개정안이 통과돼 한국광물자원공사로 바뀌면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발전사업부문장과 삼성물산 플랜트사업본부 전무 등을 지낸 정승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취임사에서 “회사를 열(熱) 판매 중심의 지역난방사업 중심에서 경쟁력 있고 업그레이드된 ‘종합에너지회사’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내년까지 지역난방공사 증시 상장을 통해 지분 49%를 매각한다는 정부 방침을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그에게 주어진 1차 과제다.

■무역

금융위기 대응 수출총력체제 지원 나서

산자부 무역투자실장과 차관,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을 지낸 조환익 KOTRA 사장은 취임 후 인사에서부터 조직 혁신을 예고했다. KOTRA 설립 46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무역관장에 본사 출신 인물을 배제하고 현지 직원을 임명하는 등 간부직의 3분의 2를 교체했다. KOTRA가 수출시장 확대와 외국인 투자 유치 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조 사장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업무가 모두 필수적이기 때문. 조 사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KOTRA의 조사 기능을 대폭 강화해 수출기업에 ‘돈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외자(外資) 유치와 관련해 중동 국부(國富)펀드를 적극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사장에 이어 수출보험공사 사장에 임명된 유창무 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도 산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중소기업청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산자부 재직 시절은 물론이고 무역협회에 근무할 때도 추진력이 뛰어나고 ‘선이 굵은 소신파’라는 평가를 들었다. 정부가 수출기업의 금융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수보의 수출보험 계약체결 한도를 올해 130조 원에서 내년에는 170조 원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그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CO

원가절감-조직혁신 통해 경영효율 높여

최재덕 대한주택공사 사장은 27년간 정부의 주택정책 분야에 몸담아 온 주택정책통.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차관을 지내면서 국민임대주택 100만 채 건설, 그린벨트를 이용한 국민임대주택 단지 조성,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건설 등 굵직한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올해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참여했다. 서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조만간 분양가 및 영구임대주택 관리비 인하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류철호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대우건설 해외사업담당 부사장 출신이다. 민간기업 근무 경험을 살려 도로의 품질 및 이용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가 최근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하이패스 기능을 담은 신용카드’가 내년 중 도입되면 고속도로 통행료도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상 한국토지공사 사장은 30년 가까이 서울시에서 건설공무원으로 일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을 지내는 등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도시계획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도시계획국장과 균형발전본부장 등을 지냈다.

한라중공업 사장과 부회장, 서울메트로 사장을 지낸 강경호 코레일(옛 한국철도공사) 사장도 조직혁신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취임사에서 “그동안 코레일이 추구해 온 변화의 수준과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 간에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2008 재계 파워엘리트’ 시리즈는 매주 화 목요일 게재됩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