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경제 교실]<제1강>이기심은 ‘보이지 않는 손’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3시 02분


25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청소년 시장경제 교실’에서 정갑영 연세대 교수(오른쪽)가 ‘교과서에 없는 시장경제 이야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25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청소년 시장경제 교실’에서 정갑영 연세대 교수(오른쪽)가 ‘교과서에 없는 시장경제 이야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경제는 살아 있는 생명체입니다. 여러분이 집에서 화분을 키울 때 정성껏 가꾸면 잘 자라고, 무관심하면 금방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경제는 ‘운명’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습니다.”

25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동아일보사와 대한상의 공동 주최로 열린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청소년 시장경제 교실’엔 궂은 날씨에도 경제를 제대로 배우려는 학생과 학부모 300여 명이 가득 찼다.

모두 네 차례 열리는 청소년 시장경제 교실 중 첫 번째인 이날 강의는 정갑영(경제학) 연세대 교수가 ‘교과서에 없는 시장경제 이야기’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정 교수는 시장경제의 특징과 기본적인 원칙을 소개하면서 최근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금융위기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다음은 강의의 요지.》

○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돈

사람들은 왜 돈을 벌려고 열심히 일을 할까.

돈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 돈이 있으면 마음대로 여행도 가고, 넓은 집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고, 맛있는 음식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돈만큼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건 이 세상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꼭 돈이 많다고 행복할까. 세계 인구 가운데 32%는 하루에 2달러, 인류의 18%는 하루에 1달러로 살아간다. 돈이라는 건 일정 수준까지는 분명히 많을수록 행복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면 많을수록 불행해지기도 한다.

○ ‘이기심’이 모두에게 득이 되는 시장제도

시장경제는 자기 이익을 크게 하려는 사람들을 잘 활용해 모두 잘살게 만드는 제도다.

빵 가게 주인이 ‘멜라민’ 같은 유해물질을 섞지 않고 좋은 빵을 만드는 게 소비자만을 위해서일까. 아니다. 빵을 많이 팔아서 돈을 벌기 위해, 즉 스스로 이익을 위해 일한다. 빵 가게 주인은 ‘이기심’ 때문에 좋은 빵을 만들었지만 소비자는 안전한 빵을 먹는 이익을 본다.

‘시장경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이란 책에서 “빵을 사고파는 데도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인간이 갖고 있는 본질적 속성, 즉 공동의 것보다 자기 것을 더 아끼고 가꾸는 속성을 이용해 많은 사람을 잘살게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자비심보다 자비로운 이기심’이란 말이 나왔다.

○ 1등에게 상 주는 것도 시장경제 원리

아일랜드는 1987년 1인당 국민소득이 8700달러에 불과했지만 2006년 5만1800달러로 급등했다. 선진국인 영국(3만9630달러)보다 1만 달러 이상 높아진 것. 아일랜드가 이렇게 잘살게 된 이유는 ‘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 때문이다.

시장경제는 열심히 일한 사람이 더 많이 보상받는 제도다. 시장에서는 자유롭게 경쟁한다. 여러분이 학교에서 시험을 친 뒤 1등을 한 학생에게 표창장을 주는 것도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시장경제 안에서 경쟁을 하면 개인은 피곤해질 수 있지만, 성과와 보상 때문에 열심히 일하게 되는 개인들이 모여 더 잘사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요즘 세계에서 잘사는 나라는 자원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 아일랜드는 자원은 없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인켈, IBM과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들어와 공장을 짓도록 기업 환경을 개선했다.

○ 하나 된 세계 경제

오늘날 세계 경제의 특징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하나가 된 지구촌(Globalization) △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Innovation) △빨리 변하는 역동성(Dynamics) △불확실성(Uncertainty)이 바로 그것.

세계가 하나의 경제로 묶여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사건이 터져도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은 한국 신문 외에 미국, 중국, 일본 신문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외국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 아시아의 성장으로 급변하는 세계 경제

세계 경제는 급격히 변화를 거듭해 왔다.

최근 변화의 핵심은 중국과 인도의 빠른 성장이다. 중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1, 중국과 인도의 인구를 합하면 전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이다. 이 두 나라가 전보다 더 잘살게 되니 식량, 철강, 기름 등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전 세계에 원자재 부족 파동을 불러왔다. 세계 경제 성장의 축도 과거 미국, 유럽에서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로 확대되고 있다. 2000∼2005년 나라별로 세계 경제의 성장에 기여한 정도를 보면 미국이 30%, 유럽연합(EU)이 19%, 아시아가 35%다. 아시아 지역만 놓고 봤을 때는 중국이 15%, 인도 5%, 일본 5% 등으로 중국의 기여도가 가장 높았다.

○ 금융위기의 출발은 미국 주택가격 하락

미국에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가 굉장히 많다. 미국인들은 집을 살 때 이런 금융회사에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렸는데, 최근 주택 값이 엄청나게 하락하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금융회사에 돈을 빌린 사람들이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도 어려워지게 됐다. 게다가 금융회사들은 돈을 받기로 한 권리, 즉 채권(債券)을 이용해 금융파생상품을 엄청나게 만들어 팔았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커졌다.

이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다. 이 충격으로 미국과 유럽의 주가가 폭락했고, 일부 은행이 파산하자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사태가 일어나는 등 전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경제가 하나로 묶여 있는 만큼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한국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 환율은 왜 오르나

한국의 화폐인 원화는 다른 나라에서 통하는 화폐가 아니어서 한국이 다른 나라와 거래할 때는 미국 화폐인 달러를 주로 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어려워지자 이들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국가에 투자한 주식, 채권 등의 자산을 팔아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주식 판 돈을 자기 나라로 보내려면 달러로 바꿔야 한다. 이들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도 세계적 금융위기로 금융시장이 불안하니까 달러를 더 많이 갖고 있으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달러의 값이 올라가고 원화의 값은 떨어졌다. 원화의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높아졌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b>::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미국에서 집을 사려고 돈을 빌릴 때 시중은행 등 1차 금융회사에서 집값의 80% 이하로 받은 정상적인 대출이 프라임(prime) 모기지. 서브프라임(subprime) 모기지는 프라임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이 받는 대출로 주로 1차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저소득 계층이 많이 이용했음. 따라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부실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뜻함.

::뱅크런(bank run)::

은행이 부실해질 때 예금자들이 다른 예금자보다 앞서 돈을 찾으려고 은행에 달려가는 현상.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애덤 스미스(Adam Smith·1723∼1790)::

영국 출신으로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림. 1776년 ‘국부론(國富論)’에서 빵 가게의 비유를 통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을 소개. 소비자와 빵 가게 주인은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만 결국 이는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 그는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고 싶은 사람들의 동기를 잘 활용하는 경제가 성공한다고 믿었음.

※ 동아일보는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청소년 시장경제 교실 강의 내용을 10월 29일, 11월 5일, 19일, 26일자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지면에 소개합니다. 이 기간 중 ‘전경련 교과서로 배웁시다’ ‘강창희 소장의 금융교실’은 쉽니다. 두 코너는 11월 12일자 및 12월 이후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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