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도 ‘실탄’부족 위기 우려”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3시 02분


잇단 구제금융에 가용자금 2000억달러 불과

FT “브라질 등으로 위기 확산땐 손 못쓸수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도 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속출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자금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이로 인해 IMF가 그동안 국제 금융체제 유지를 위해 맡아온 주도적 역할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IMF가 보유한 자금은 현재 약 2000억 달러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 자금과는 별도로 구제금융을 마련하기 위해 급히 조달할 수 있는 돈도 500억 달러 수준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IMF가 지원해야 할 구제금융 액수는 치솟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IMF는 아이슬란드와 우크라이나에 각각 20억 달러와 165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헝가리 벨로루시 파키스탄 등 IMF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가가 아직 여럿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자금 상황은 매우 불안해 보인다. 루마니아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구제금융 도미노’ 현상까지 예상될 정도다.

전문가들은 특히 브라질 아르헨티나 터키 등 경제 규모가 큰 국가나 신흥시장 국가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엔 IMF가 아예 손을 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IMF가 구제금융 지원 규모를 해당 국가 기금분담액의 3배가량으로 제한해 놓고도 아이슬란드에 기금분담액의 11배에 이르는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자금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사이먼 존슨 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IMF가 국제적 금융위기에 주도적 역할을 하려면 2조 달러가량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2000억 달러는 빠르게 사라져버릴 수 있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IMF가 당장 몇 개월 안에 보유 자금의 25%가량을 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그동안 글로벌 금융위기에 IMF가 독자적으로 대처할 것을 강조해 왔지만 이미 IMF 단독으로 대처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위기를 맞은 각국도 IMF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추세다. 아이슬란드는 IMF의 구제금융과 별도로 북유럽 국가들에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요청했고 헝가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 지원을 받기로 했다.

이 신문은 아울러 IMF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원인으로는 자금 부족 외에 정치적인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회원국들이 단일 기구에 지나치게 큰 권한을 쥐여줄 경우 생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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