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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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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크선운임지수 5개월새 10분의 1로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의 ‘하늘길’과 ‘바닷길’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경기침체로 나라들을 오가는 항공화물과 해상화물이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항공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해외여행 감소로 승객이 줄어드는 데다 일부 화주(貨主)들이 항공운송 대신 운송비가 상대적으로 싼 해상운송이나 철도운송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9월 세계 항공여객(전월 대비)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항공화물은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후 최악의 감소율을 보였다.
○ 아시아태평양지역 더 심각
세계 항공화물량의 약 45%를 차지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상황은 심각하다.
세계 항공화물시장 1위인 대한항공은 지난달 화물량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량도 같은 기간 9% 감소했다.
최근 화주들은 운송비 절감을 위해 일부 항공화물을 철도나 해운으로 돌리고 있다. 서상범 한국교통연구원 종합물류인증센터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물동량이 급감함에 따라 화주들이 운송비를 아끼기 위해 비교적 비용이 덜 드는 해상운송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과 해상운송을 맡는 국제특송사 UPS는 올해 3분기(7∼9월) 물량을 지난해 동기와 비교했을 때 항공운송량은 22%가 줄어든 반면 해상운송량은 4%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외 항공사들은 수익성 낮은 노선을 정리하면서 물품의 종류와 해당 지역을 특화한 맞춤형 운송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남미시장을 위한 ‘라틴익스프레스(LEX)’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캐세이패시픽은 ‘동물 운송’, ‘약품 운송’ 등 물품의 성격을 특화하며 위기를 벗어나려는 모습이다.
기존 항공 서비스를 해상운송 또는 육상운송과 연계하는 복합운송서비스도 눈에 띈다. 대한항공은 남미 아프리카 등 장거리 구간에 ‘에어앤씨 서비스’를 도입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초 인수한 대한통운의 육운(陸運)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 “당분간 호황국면 기대 어려워”
원자재와 곡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22일 1,221을 나타냈다. 5월 20일 이 지수가 11,793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당시의 10% 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임종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연구팀 팀장은 “중국 물동량 감소와 세계 금융위기가 해운 위축의 주원인”이라며 “당분간 호황 국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해운회사들은 얼어붙는 해운 경기 속에 사정이 어려운 회사들끼리 선박과 항로를 효율적으로 나누는 ‘얼라이언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벌크선 비중이 큰 STX팬오션은 기존 용선, 대선 업무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용선 규모 감축을 구상 중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5개 선사로 구성된 얼라이언스에서 선박을 나눠 쓰지만 운송 분야에만 매달리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수리 조선소와 터미널 사업 등 신사업 창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