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나빠지면 사람들은 건강해진다?

  • 입력 2008년 10월 8일 14시 01분


"오히려 호황기에 건강관리 소홀", "실업률 1% 하락시 사망률 0.5% 상승"

국민 대다수가 나빠진 경기를 걱정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경제 환경은 국민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까?

경기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은 그동안 연구결과를 보면 확실하지만, 그 결과는 예상과 조금 달랐다. 일반적으로 장기적인 경제성장이 국민건강의 호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그 범위를 '국민'이 아닌 '개인'으로 한정시키면 정답은 그가 어떤 생활습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동안의 경제학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호황기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잘 돌보지 않는 경향이 있어 개인 건강에 불리하다'고 7일 보도했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물론 지방이 많은 식사와 함께 술도 많이 마시게 된다. 심지어 업무량의 증대로 인해 운동을 소홀히 하게 되고 심지어 의사와의 약속을 빼먹는 경우도 증가한다.

스탠퍼드 의대 그랜트 밀러 조교수는 "경기가 좋은 시절에는 시간의 가치가 높아진다"면서 "따라서 사람들은 집에서 요리하기나 운동처럼 자신에게 좋은 활동을 덜 하고,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더욱 많이 경험한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선진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콜롬비아의 주요 생산품인 커피의 가격과 국민 건강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커피가격의 하락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민건강과 사망률은 개선됐다는 것이다.

커피가격이 낮을 때 근로자들은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는데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지만 가격이 갑자기 상승하면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게 되고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진다.

밀러는 "농촌지역에서 영·유아의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돈이 많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유 수유나 깨끗한 물 떠오기, 무료 예방접종을 위해 멀리 떨어진 병원에 아이들을 데려가는 것 등 시간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경기가 좋을 때는 영유아의 사망률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크리스토퍼 럼 박사도 1974년부터 1982년까지 경기침체기에는 사망률이 급격히 하락했다가 1980년대 경기회복기에는 상승한 것을 발견했다.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사망률은 0.5%포인트 하락하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경기가 하락한 20년 동안은 심장질환 및 교통사고 감소에 힘입어 사망률이 8%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문은 경제위기 시절에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나 수입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빈부 격차가 확대됨으로써 빈곤계층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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