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은행聯회장이 “금융권 임금동결” 호소한 까닭

  • 입력 2008년 10월 4일 03시 00분


유지창 은행연합회장이 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21차 임금·단체협상 산별중앙교섭회의(임·단협)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임금 동결을 촉구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금융권 노사는 20차 회의까지 단체협약 개정을 마쳤으며 이날은 임금협상을 시작한 자리였습니다.

은행권 사측을 대표하는 유 회장은 “일부에선 ‘제2의 외환위기’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외환위기 때 직장을 잃고 동료를 떠나보내는 등 누구보다 뼈아픈 고통을 경험한 금융인들이 먼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은행권 임금협상에서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동결’을 호소한 것은 극히 이례적입니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 임금이 동결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던 1998년 단 한 차례 동결이 있었지만 그 당시도 ‘동결’이란 말을 쓰지 않고 ‘인상률’을 합의한 뒤 이를 노조 측이 반납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노조 측은 난감한 표정입니다. 노조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5.8% 인상을 요구해 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금융노조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방침을 정하겠다”며 ‘동결’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히진 않았습니다.

유 회장이 ‘동결’을 들고 나온 것은 최근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최근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 내에서도 금융업체 및 임직원의 무절제한 탐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구제금융법안의 미 의회 통과가 난항을 겪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펀드와 주식 투자로 소중한 재산을 날린 많은 우리 국민도 비슷한 심정일 것입니다. 국내 은행도 해외 파생상품 펀드 판매에 경쟁적으로 나선 만큼 ‘책임이 없다’고 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여기다 수년간 급격히 오른 국내 증권가의 연봉도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유 회장은 또 “임금 동결을 통해 고용을 늘릴 수 있다”고 덧붙여 발언의 대(對)노조 명분을 보강하기도 했습니다.

금융노조가 유 회장의 금융권 임금 ‘동결’ 호소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정재윤 경제부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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