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경색여파, 담보대출금리 인상 압박 커졌다

  • 입력 2008년 10월 1일 02시 57분


최근 들어 가계부문의 건전성에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가계가 빚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비율이 올해 들어 높아지고 있어 금융자산을 가지고 금융부채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낮아졌다. 가계소득을 가지고 금융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 역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가계가 가진 자산이나 벌어들이는 소득에 비해 부채가 더 빨리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는 가계대출의 건전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택담보대출금리가 뚜렷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2008년 8월 현재 주택담보대출금리는 7.16%로 1년 전인 2007년 8월의 6.38%에 비해 0.78% 포인트나 상승했다.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자의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90% 이상이 변동금리 형태여서 대출금리 인상이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가계의 대출부담능력이 약화된 가운데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어 가계는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도 그 발단은 모기지 대출금리 상승과 주택가격 하락이었다. 미래에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을 기대하고 부담능력을 넘어서는 대출을 일으켜 주택을 구입했지만 주택가격은 하락하고 대출금리는 상승하는 바람에 연체가 급증하면서 금융회사의 연쇄 부실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현재 한국의 주택 관련 대출 상황은 미국과는 다른 면이 많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이 다른 국가에 비해 엄격하고, 국내 은행의 LTV는 50%를 넘지 않아 미국, 영국, 일본 등의 70∼8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유동화 비율이 극히 낮다. 미국의 모기지 대출회사들은 예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모기지 대출채권을 유동화해 현금을 확보하는 반면 국내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은행들은 예금을 받기 때문에 대출채권의 유동화 필요성이 낮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조성하려던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이 법안 통과에 난항을 겪는 등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유동성 경색이 장기화되고 있어 대출금리 상승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물경기 역시 금융 부진의 여파로 침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가계부문의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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