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진화 용두사미 되나

  • 입력 2008년 9월 26일 03시 01분


민영화-폐지 대상 지정된 16곳 임직원

전체 공기업의 2.7% 그쳐 ‘효율성 논란’

정부의 공기업선진화 방안에서 민영화 및 폐지 대상으로 지정된 회사의 임직원이 전체 공기업의 3%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혁대상으로 꼽혀 온 ‘공룡 기업’들은 기능 조정이나 자체 경영개선 대상으로 빠져 선진화 방안의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이 25일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 302개사 가운데 1, 2차 선진화 방안에서 폐지 대상으로 지정된 3개사의 임직원은 163명, 연간 인건비는 85억 원에 불과했다. 또 민영화 대상 13개사의 인력은 6911명, 인건비는 4596억 원이었다.

이에 따라 민영화 및 폐지를 통해 국가 재정이 더는 투입되지 않는 공기업의 임직원은 전체 공기업의 2.73%, 인건비는 3.42%에 불과했다. 회사별로는 폐지 대상인 정리금융공사의 임직원이 36명, 코레일애드컴 30명, 한국노동교육원 97명 등이다.

민영화 대상 중에서도 기은신용정보, 한국자산신탁 등은 임직원이 100명도 채 못 돼 기존에도 재정에 큰 부담을 주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처럼 직원이 1000명에 이르는 곳도 있지만 발족 당시부터 민영화가 예정돼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선진화 조치의 성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전체 인력이 1만 명이 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한국전력공사 등 대형 공기업은 이번 조치에서 기능 조정이나 자체 경영합리화 대상으로 분류됐다.

특히 한전에는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대규모 가격 보전금을 지원키로 해 공기업 개혁과 역행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전의 연간 인건비는 1조2890억 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5290억 원에 이른다.

이번 조사에서는 1, 2차 선진화 대상 기업 81개(통합 및 기능조정 포함) 중 원래 민간기업이었다가 공적자금이 투입돼 공기업으로 분류된 대우조선해양 등을 뺀 64개 기업을 다 합쳐도 인력은 전체의 28.08%, 인건비는 27.48%에 그쳤다.

명지대 조동근(경영학) 교수는 “쇠고기 사태를 겪으면서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자 정부가 전기나 가스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민영화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등 생색내기에 그쳤다”며 “조만간 발표 예정인 3차 방안에서 좀 더 적극적인 대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 측은 “공기업마다 자체 설립 목적이 있기 때문에 민영화나 폐지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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