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떼돈 벌었다니…” 정유업계 속앓이

  • 입력 2008년 9월 22일 02시 56분


“하반기 들어 상황 급격히 악화

수요감소 사상최대 환차손 우려”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으니 투자도 더 많이 해라.”

“국제유가가 많이 떨어졌으니 국내 기름값도 더 내려라.”

최근 국내 정유업계는 쏟아지는 ‘주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일반 국민은 물론 정부 고위 당국자들도 심심찮게 정유업계를 압박합니다.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정유업계도 하고 싶은 말은 분명히 있습니다. 주문 가운데 상당수는 오해와 억측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름값이 올라 ‘떼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정유업계가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은 맞지만 하반기 상황은 급반전되고 있습니다. 고유가의 부메랑으로 석유 수요가 감소한 데다 정제 마진이 악화되고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사상 최대의 환차손이 우려되는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본보 20일자 B2면 참조 ▶ 정유업계, 마진악화 - 수요감소 - 환차손 3중고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고도화설비를 짓는 데 올해 초부터 조(兆) 단위의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이미 ‘과잉 투자’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더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고 정유업계는 항변합니다.

최근 국제유가가 한창 올랐을 때보다는 내렸으니 국내 기름값도 빨리 낮추라는 주문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습니다. 주유소 공급가격은 국제유가가 아닌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석유제품 가격과 환율에 연동됩니다. 제품 가격은 내렸지만 환율이 급등하면서 주유소 공급가격 하락이 더디다는 것이죠.

기름값 인하 ‘압력’이 거세지자 대한석유협회는 토요일인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유사도 국제유가 하락세를 반영해 9월 셋째 주부터 휘발유와 경유 공급가격을 30∼40원 인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자료에서도 정유업계의 억울함과 답답함을 읽을 수 있습니다. 석유협회는 “국내 제품가격을 결정할 때 국제 제품가격 외에 환율 등을 감안하며 국제유가 변동분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1, 2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한다”며 이해를 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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