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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8월 18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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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서 구두 닦아주고 세탁까지… 찜질방 대화도
‘감동경영’에 직원들은 최고의 매출실적으로 화답
1977년부터 주5일제 근무… 급여도 업계 선두권
《이달 초 강원 양양군 강현면의 한 산골 마을. 삼진제약의 임직원과 가족 100여 명이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성우 사장을 비롯해 이 회사 직원과 가족들은 1주일 동안 산골 체험을 하고 다양한 게임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회사 측은 이 마을의 펜션과 민박을 전부 빌려 무료로 직원들에게 제공했고, 이명윤 노조위원장 등 자원봉사에 나선 일부 직원은 농촌체험과 휴양 프로그램 진행을 도왔다.
올해로 창사 40주년을 맞은 삼진제약은 창사 이후 4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토종 제약사로는 드물게 해열진통제 게보린, 관절염 치료제 오스테민 등 내놓는 제품마다 히트를 치면서 2000년대 들어 매년 매출과 순이익이 늘었다. 지난해는 정기 세무조사에 따른 세금 납부로 순이익은 전년보다 다소 줄었지만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안정된 성장에는 기술개발 노력과 함께 40년 동안 이어진 노사 간 이해와 협력, 이에 따른 무(無)분규도 큰 영향을 미쳤다.
○ 사내(社內) 무료 구두방 마련
삼진제약은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이성우 사장은 지난해 ‘무료 사내 구두방’을 설치했다. 직원들이 회사 앞에서 줄을 서서 구두를 닦는 모습을 보고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최근에는 회사 근처 세탁소와 연계해 직원들이 양복을 무료로 세탁해 입을 수 있도록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 사장이 영업사원 출신이어서 누구보다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사소하지만 회사 측의 세심한 배려에 직원들이 감동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동 경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사장은 2006년부터 임직원 20∼30명씩과 찜질방을 찾고 있다. 직급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찜질복 차림으로 마주 앉아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를 거침없이 나눈다고 한다. 본사 직원뿐만 아니라 공장 직원 400여 명도 이미 한두 차례 그와 함께 찜질방을 다녀왔다.
이 사장은 “평소 회사에서는 마음에 있는 얘기를 못하다가도 헐렁한 티셔츠 하나 걸치고 찜질방에 앉으면 말문이 터진다”며 “다양한 나이와 직급의 직원들로부터 경영에 도움이 되는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영화와 비보이 공연 등 관람도 빼놓을 수 없는 ‘소통’의 도구다. 경영진이 현장 직원 및 젊은 직원들과 공연을 함께 보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 노사 신뢰가 경영 성과로 이어져
삼진제약은 1977년부터 주5일 근무를 시행했고 급여도 제약업계 선두권 수준이다. 이 같은 회사 측의 ‘배려’에 직원들은 ‘성과’로 답하고 있다.
2000년 매출 439억 원이었던 이 회사는 지난해 총매출이 1512억 원(순매출 1370억 원)으로 늘었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40년간 이어 온 흑자경영 기조도 유지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379억 원에 영업이익 4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7%와 5.7%가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발표한 항혈전제인 플래리스는 1년 만에 12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통상 국내 제약회사의 신제품이 연간 100억 원 이상 팔리면 ‘대박’으로 불린다.
삼진제약 중앙연구소가 자체 개발 중인 에이즈 전염 방지를 위한 항바이러스제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연구과제로 선정돼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이명윤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직원들을 배려하고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직원들도 사기가 충천해 있다”며 “결국 노사 간 신뢰가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