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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31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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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휴대전화-가전제품-섬유류 수혜 ‘웃고’
정밀기기-석유화학-기계-농축산품 타격 ‘울고’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거대 경제권과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시장이 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출이 늘면서 관련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고용도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기계부품이나 농축산업 등 유럽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EU FTA가 체결되면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3.08% 커지고, 무역수지는 28억5000만 달러 개선되며, 취업자 수는 59만7000명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도 한-EU FTA 체결 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0.2∼0.58%포인트가량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EU가 엄청난 규모의 내수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한국에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기 때문이다.
산업별로는 자동차와 휴대전화, TV 등 가전제품, 섬유가 EU의 관세 인하에 따른 수혜 종목이다. 특히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14%) 영상기기(14%) 자동차(10%) 등은 EU가 비교적 높은 수준의 관세를 매기고 있어 FTA 체결 때 관세 인하 효과가 크다. EU로의 수출품 가운데 세 품목의 비중은 29.7%다.
정밀기기와 석유화학, 기계류는 수입물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일본에 편중된 부품 수입을 다각화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한미 FTA에 이어 한-EU FTA가 체결되면 한국이 세계 무역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강화되면서 이들 시장에 접근하려는 인근 국가들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노리고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
또 미국에 비해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적극적인 EU와의 경제동맹이 한반도 평화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그러나 한-EU FTA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기계부품 등 EU와 경합관계에 있는 일부 산업에서는 구조조정 압력이 커지고, EU와의 분업화가 진행되면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농축산품은 한미 FTA에 비해 상대적으로 갈등이 적지만 EU가 한국의 돼지고기 시장 개방에 적극적이어서 국내 양돈농가의 저항도 예상된다.
EU가 선진국부터 개발도상국까지 다양한 수준의 국가들로 구성돼 있는 점은 대다수 한국의 수출상품에 강력한 역내(域內) 경쟁자가 있다는 뜻이어서 시장 확대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