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풀무원 - CJ ‘두부 경쟁’ 속사정

  • 입력 2008년 7월 15일 02시 51분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동네 슈퍼마켓에서 노란 판에 바둑판 모양으로 담긴 두부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풀무원, CJ제일제당, 대상 등 식품회사들이 속속 두부 시장에 뛰어들면서 판두부 대신 포장두부가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린 지 오래입니다.

요즘 연 4000억 원 규모의 두부 시장을 놓고 풀무원과 CJ제일제당 간 ‘두부 전쟁’이 매섭습니다.

CJ제일제당은 14일 해양심층수를 천연응고제로 이용한 ‘깊은 바다 두부’를 선보였습니다. 주 재료인 콩과 응고제 외에 다른 성분은 일절 넣지 않은 4세대 두부라고 하는군요.

1세대 두부가 재래식 판두부라면 1980년 대 첫선을 보인 포장두부가 2세대, 소포제와 유화제를 넣지 않은 두부가 3세대라는 거죠.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이번 제품은 바닷물을 간수로 쓰던 전통 두부 제조법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했다는 설명입니다. 윤석춘 CJ제일제당 신선식품BU 부사장은 “현재 25%인 두부시장점유율을 올해 안으로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적어도 5년 안에 경쟁사를 제치고 관련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현재 국내 포장두부 시장 1위인 풀무원은 “조미료 만들던 회사가 천연 두부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풀무원도 최근 해양심층수를 천연간수로 사용한 두부를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CJ제일제당이 2005년 두부 시장에 진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풀무원은 국내 포장두부 시장의 78%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었죠. 하지만 CJ제일제당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현재 풀무원의 시장점유율은 51%로 낮아졌습니다.

사실 두부 사업은 20단계가 넘는 까다로운 제조과정과 원자재가 부담 때문에 그리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그런데도 두 회사가 이처럼 두부 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죠. 식자재 공급업체로 시작했던 풀무원이 친환경 식품 회사로 브랜드 이미지를 키울 수 있었던 데는 두부가 결정적이었습니다. CJ제일제당으로서는 조미료 회사 이미지를 지우는 데 두부만큼 효과적인 아이템이 없다고 판단한 거죠.

풀무원과 CJ제일제당 사이의 두부 전쟁은 매섭지만 소비자 처지에서는 할머니 옛 맛 그대로의 두부를 맛볼 기회가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정효진 기자 산업부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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