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에 웃다 미사일에 울었다

  • 입력 2008년 7월 10일 02시 59분


FRB “투자銀 대출 연장 검토”… 어제 코스피 상승장 출발

이란 미사일 시험발사 뉴스에 급랭… 하루에 44P 오락가락

서울 증시가 벤 버냉키에 웃고, 이란 미사일에 울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금융 불안에 강력히 대응해 모처럼 상승세를 타다가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소식으로 다시 냉각된 것.

정부는 “주식시장의 투자심리 약화가 경제회복에 장애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증시 하락이 계속되면 비상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09포인트(0.92%) 내린 1,519.38로 거래를 마쳐 하루 만에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4월 19일(1,513.66) 이후 14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외국인은 23일째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입액을 뺀 것)했다.



이날 서울 증시는 개장과 함께 23.60포인트 오르며 상승 분위기를 탔다. 8일(현지 시간) 버냉키 의장이 연방예금보험공사 포럼에서 “FRB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투자은행에 대한 긴급대출을 내년까지 연장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신용위기가 지속되는 한 이를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FRB는 3월 베어스턴스 사태 이후 그동안 씨티그룹 등 시중 은행에만 실시하던 긴급대출 지원을 리먼 브러더스, 메릴린치 등 월가의 투자은행들에도 확대 실시하는 ‘프라이머리딜러대출(PDCF)’을 처음 도입했다. 당초 FRB는 이 비상조치가 9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용된다고 했으나 이를 내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밝힌 것.

이는 전날 양대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업체인 프레디맥과 패니매의 부실 우려로 세계 증시가 출렁이자 시장의 우려를 조기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오후 들어 악재들이 돌출하면서 국내 증시 상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AFP통신을 통해 ‘이란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는 뉴스가 전해지며 코스피지수는 하락세로 반전했다. 이란의 미사일 시험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 급등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00원 선이 붕괴되는 등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화도 투자심리를 동요시켰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금융시장에서 금리나 환율의 움직임이 급격하면 투자심리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긴급상황 점검회의

한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긴급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증시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홍영만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증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하나씩 검토해서 내놓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대책으로 연기금 주식투자 자금의 조기 집행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최근의 한국 증시 침체가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에 따른 것이며 아시아의 다른 신흥 시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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